‘음이온 팔찌’인기몰이… 게르마늄 팔찌의 진실

[ ] | 2018-02-13 18:00
신비의 음이온 방출? 의학 근거 없어
인터넷·홈쇼핑 과장광고 불법일 수도


‘음이온 팔찌’인기몰이… 게르마늄 팔찌의 진실

게르마늄(저마늄)이 만병통치의 효능을 발휘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그런데 게르마늄의 무분별한 섭취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명백한 과학적 결론이다. 다행히 인터넷과 홈쇼핑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게르마늄 제품은 대부분 소비자가 직접 섭취해야 하는 보조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게르마늄 광석으로 만든 장신구에서 신비의 효능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을 일이다. 건강은 허황한 신비술로 지켜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게르마늄은 1846년 독일의 화학자 클레멘스 빈클러가 게르마늄은광에서 처음 발견한 평범한 탄소족 원소다.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가진 게르마늄은 2차 대전 이후에 산업적으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게르마늄의 생리적 효능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게르마늄을 전혀 섭취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결핍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르마늄으로 제조한 합법적인 의약품도 알려져 있지 않다.
건강에 좋다는 게르마늄 보조제는 19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석탄 가공 산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보이는 아사이 가즈히코라는 인물이 산화게르마늄 보조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유럽에도 보급했다. 그런데 1980년 대 중반부터 게르마늄 보조제를 섭취한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신장 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빈혈·근력저하·말초신경증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31명이나 확인됐고, 사망자도 있었다. 결국 미국 FDA는 1997년 게르마늄 보조제의 무분별한 섭취가 위험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산업현장에서도 게르마늄의 과다 노출을 경계하고 있다.

게르마늄 장신구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장신구의 게르마늄이 인체로 흡수될 가능성은 없다. 섭취에 의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장신구의 신비한 효능을 기대할 수도 없다. 사실 팔찌와 같은 장신구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주장은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옥·금·은으로 만든 장신구도 있었고, 토르말린·티타늄·실리콘고무 제품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물론 실제 효능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약사법에서는 소비자가 의학적 효능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를 분명하게 금지한다. 그런 효능을 강조하는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진열하는 것도 명백한 불법이다. 게르마늄 장신구가 통증 완화나 면역 증진과 같은 의학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과 그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르마늄에서 신비의 '음이온'이 쏟아져 나온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이다. 음이온은 공기청정기에서조차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 낡은 광고 수법이다. 전자 소자에나 필요한 게르마늄의 반도체적 특성이 의학적으로 유용하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것이다. 혈관 봉합술과 장기이식용 관류펌프를 개발해서 19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알렉시 카렐에 대한 인터넷의 주장도 황당하다.
2013년 종편 방송도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MSG·황토팩 등에 대한 엉터리 주장으로 소비자와 사업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비윤리적 방송으로 결국 언론계에서 퇴출당해버린 전직 언론인의 개인적 경험은 신뢰할 수 없는 허풍일 뿐이다.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과학 '논문'을 들먹이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그런데 학술 논문처럼 보이도록 편집이 된 글이라면 모두가 학술 논문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학술논문에는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범이 있다. 저자의 이름과 소속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기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홍보하거나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글은 정상적인 학술 논문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정상적인 학술 논문은 인터넷을 통한 전문적 검색이 가능해야만 한다. 학술지에도 등급이 있다. 발행기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학술지는 아무 가치가 없는 '해적' 학술지일 가능성이 크다.

흔치 않은 게르마늄 광석으로 만든 팔찌를 장신구로 판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엉터리 홍보물을 과학논문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현혹하고, 과학을 왜곡시키면 사정이 달라진다. 소비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많이본뉴스



디지털타임스의 뉴스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