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시에 드리운 `기계의 공포`

[ ] | 2018-02-13 18:00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론] 증시에 드리운 `기계의 공포`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2월이 들어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론 변동성의 폭으로 말하면 암호화폐가 더 크겠지만, 아직은 화폐보다는 투자(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상당수 이지만) 목적으로의 기능이 주가 되는 암호화폐 시장과는 달리, 자본주의 경제 핵심인 기업에게 사업 자금을 제공한다는 목적성과 규모 측면에서는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암호화폐 시장보다 몇십 배 몇백 배 더 클 것이다.


이번 증권시장의 급락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에서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권시장의 폭락을 금리 인상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라든가, 지난 몇 년간 양적 완화에 따라 너무 많은 돈이 증권시장으로 쏠렸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부각됐다는 거시경제적 설명을 시도한다. 하이테크 주도의 주식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위한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증권시장에서 촉발된 사태는 기계의 공포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즉, 2월 5일 오후 3시 무렵 미국 증권시장이 경제지표나 시장환경이 급격히 변화하지 않았는데도 불과 10분 사이에 다우지수가 3.5% 이상 급락한 것은 앞의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설명이 잘되지 않는다. 반면에 차익매물의 실현보다는 변동성지수(VIX)라는 시장지표에 배팅하고 있는 대형 펀드들이 변동성지수가 급격히 오르자 미리 준비된 투자 알고리즘의 매도 시그널에 따라 매물을 쏟아 놓은 기계적 매매 탓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만 3조4000억달러로 2007년 금융위기 전보다 6배 규모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개개의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이 아니어서 쉽게 기계적 매매를 사용했고, 더욱이 ETF가 원금의 두 세배까지의 변동성을 주는 레버리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매시점 자동설정에 의한 기계적 매매에 기름을 붓는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을 때 직공들이 증기기관을 쓰는 방적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두려움에 직물공장의 방적기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음을 우리는 세계사 시간에 배운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가오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표적 산업이 투자산업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레일 커즈와일, 앨런 머스크,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등 이 시대의 많은 구루(guru)들이 인공지능이 인간전체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해지는 시점인 특이점(singularity)이 2040년 정도에 나타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자는 작금의 증권시장의 기계의 공포가 러다이트 운동같이 과격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든가, 인공지능의 특이점처럼 결정적이고 되돌릴 수 없이 치명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둔다면 특이점보다는 훨씬 더 일찍, 더 자주 증권시장에 기계의 공포가 나타날 것이고, 러다이트 운동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하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을 걱정해 증기기관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특이점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인공지능의 발전을 이 시점에서 멈출 수 없듯이, 증권시장에서의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주장은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 트레이딩이 증권시장을 패닉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투자기관들이 투자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감독기관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시급하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도 기계의 공포를 이기는 투자를 위해 기계적 트레이딩의 특징을 간파하는 지식을 확보하고 탐욕이란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지속가능한 부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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