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트럼프의 `호혜세` 압박

입력 2018-02-20 18:00

세이프가드 이어 보복관세… '미국 우선주의' 무역 강화
상대국 제품에 동일한 수입세 '호혜세' 도입 방침
"무역에선 동맹국 없다" 한·중·일 지목 발언 파장
한국 포함 12개국 철강제품 쿼터·관세 추가 검토
상무부 '무역확장법 232조' 제안… 무역전쟁 우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시장·주지사 등과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관련 회의에서 '호혜세(reciprocal tax)'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그 중 일부는 소위 동맹국이지만 무역에 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처럼 '무역에 있어서 동맹국은 없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각국에 최대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며 한·중·일 3국을 지목한 뒤 무역균형을 위해 호혜세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호혜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기조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산 제품에 다른 국가들이 매기는 세금만큼 수입세를 매기는 조치를 말합니다. 상대국이 미국의 물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 역시 동일 제품을 수입할 때 같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행할 경우 보복관세와 비슷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가 본국 모회사에 배당금을 지급할 때 내던 법인세를 100% 공제해주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전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 태양광제품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한 데 이어 호혜세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중국, 한국, 일본을 겨냥해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발동시켜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매겼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제한 쿼터와 관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 양당 의원들과 백악관 간 회동에서 일부 의원들이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공장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제한 쿼터와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한국, 중국 등의 철강 제품이 경제와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소 53%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습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특정 국가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일정 쿼터를 두는 방안 등이 담겼습니다.

총 세 가지 안건으로 △1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최소 24%의 관세 부여 △2안은 한국, 중국, 인도 등 12개국의 철강제품에 최소 53%의 관세 추가 부과 △3안은 2017년 대미 수출액의 63%까지만 철강제품의 수출을 허용하는 안입니다. 상무부는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면서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가동률을 80%로 상승시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한국은 12개국 중 브라질, 중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공, 태국, 터키, 베트남과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상무부가 제안한 안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한 이후 4월 11일까지 최종 조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안이든 상무부의 제안을 선택한다면 상당한 파장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한 호혜세 부과 방침 발언 이후 16일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 규제안을 제시하면서 보호무역 공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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