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평행선… 내부갈등 발목
노조 "군산공장 빼고 협상 불가"
GM "경영정상화 위해 불가피"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 미국 GM 본사 측이 경영난에 빠진 한국지엠 회생을 위해 이른 시일 내 경영실사를 마치고, 3조원 규모의 차입금 출자전환, 3조원 가량의 설비투자 공동 참여 등의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GM의 책임있는 역할,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주주·채권자·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제시라는 '3대 원칙'에 따라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GM의 지원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지엠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자칫 한국지엠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GM에 명확한 경영정상화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산은의 추가 투자 등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GM은 군산공장 폐쇄, 인원감축, 임금과 성과급 감축 등 한국지엠의 비용절감 방안을 자구안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라며 노사 협상 결렬을 선언, 강경 대응 입장이다. 노사의 비용절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와 GM의 정상화 지원책 시행이 어려워 한국지엠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노사 합의 없인 GM 본사의 한국지엠에 대한 신차 배정, 차입금 출자전환, 신규 설비투자 등도 이뤄지기 힘들어 한국지엠 사태가 눈덩이처럼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GM은 28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신규 설비투자 계획을 밝히며,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지분 비율만큼 투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신규 투자 참여 비용은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앞서 GM이 한국지엠에 빌려준 3조2000억원의 대출금을 출자 전환하겠다며 산은에 보유지분(17%)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 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산은은 이 같은 GM 제안에 출자전환에는 참여할 수 없고, 신규 투자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산은의 신규 투자 방침은 확정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조속히 한국지엠 경영실사를 끝내고, GM의 경영정상화 자구안을 검토한 뒤 타당하면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GM 본사가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한국지엠 내부 갈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일 한국지엠 노조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는 당장 23일 오후 4시부터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공장 정상화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인천 부평 본사와 부평역에서 열기로 했다.
작년까지 2조6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지엠의 자체 비용절감이 필수라고 정부와 GM 측은 보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부 근로자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비용만 절감해도 수천 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비용감축을 위한 다양한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GM 측은 20% 가동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군산공장 폐쇄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조와의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비용절감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가 없으면 정부와 GM 지원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당장 GM이 신차 물량배정 결정하는 3월 초를 전후해 임단협 협상을 재개해도 노사 견해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자칫 노조 반발로 파업 등 노동쟁의로 사태가 비화하면 당장 3월 수입하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에퀴녹스'는 물론 새로운 신차 생산 배정이 무산되고, 정부와 GM의 투자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한국지엠 사태가 과거 '쌍용차 사태'처럼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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