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거시건전성 정책의 의의와 주요 정책수단

입력 2018-02-27 18:00

시스템 전체 리스크 관리 중점… 통화정책과 상호보완 역할
'미시건전성' 한계…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 체계적 논의
개별 금융기관보다는 기관 사이 연계성 중시…실물 경제 보호 목적
리스크 모니터링·분석·자금 공급 능력 갖춘 중앙은행이 정책 핵심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논의는 과거 일련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출된 미시건전성 정책의 한계로부터 출발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거시건전성'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이후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그 개념과 정책수단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와 실물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시스템 리스크를 미리 포착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이를 사전에 제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미시건전성 정책 차이 =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시스템이라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금융불안이 거시 경제위기로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입니다. 최종목표는 금융불안과 위기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 축소입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미시건전성 정책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시건전성 정책 아래에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인식하므로 개별기관의 건전성이 확보되면 전체 금융시스템도 안정될 수 있다고 보지만 거시건전성 정책하에서는 개별 기관의 바람직한 행위가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개별기관의 리스크뿐 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개별 금융부문 리스크의 상호연관성과 리스크의 경기순응성 문제를 중시합니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계·국제기구·각국 중앙은행·금융당국 등은 바람직한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 과정에서 이론적 성과 및 정책경험이 축적되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정책체계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거시건전성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통해 달성되는데, 금융시스템 안정은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경제주체의 과도한 레버리지(부채)를 유발함으로써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등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책효과 측면에서도 금융시스템이 불안할 경우 통화정책의 금리전달경로 등 그 효과가 제약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은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개념 대신에 금융시스템 안정 혹은 지급결제시스템 안정 등을 정책목표로 명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유사한 업무를 이미 수행해 왔습니다. 중앙은행은 또 위기 시 긴급 유동성 공급이나 정책금리 조절, 금융기관 감독 등 거시건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수단들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럽고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신용위기나 유동성 위기에 대응한 자금공급을 위해서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보유한 중앙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수행과정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모니터링·분석하고 있어 리스크의 조기발견에 유리합니다.

◇거시건전성 정책수단 = 정책의 주요 목표에 따라 크게 금융시스템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수단과 개별 금융기관의 도산에 따른 충격의 확산 및 전이 가능성을 축소하는 수단으로 구분됩니다. 금융시스템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주요 수단으로는 경기대응적 완충 자본, 동태적 충당금제도, 레버리지 비율 규제 등이 있습니다.

충격의 확산·전이 가능성을 축소하는 주요 수단으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관에 대한 추가자본 부과, 은행 부과금, 은행업과 금융투자업의 분리 등이 있습니다. 이런 거시건전성 정책수단들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등 국제기준 제정기구 등을 중심으로 그 논의가 상당 부분 구체화했습니다.

한편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국제화 정도가 미약한 통화를 가진 신흥국 대부분은 해외자금 조달에 대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경우 대내외 여건 변화 시 통화 및 만기 불일치 등으로 위기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과거 신흥국 위기발생이 대부분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거시건전성 제고 논의가 외환 부문을 중심으로 신흥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환 부문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책수단에는 외환포지션 한도 설정, 외화 유동성 비율 규제, 외화지급준비금 제도, 외화조달자금의 운용 제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수단들은 금융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높여 금융안정을 달성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자본 유출입규제와는 구별됩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