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41) 전성분 표시제

[ ] | 2018-03-13 18:00
사용법·양에 따라 인체 작용 제각각
성분정보 읽고 활용하는 지혜 갖춰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이덕환의 과학세상] (641) 전성분 표시제



화장품과 생활화학제품에 시행 중인 '전성분 표시제'가 의약품과 일부 의약외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한 제도다. 그러나 단순히 성분의 이름과 함량을 알려준다고 '케모포비아'(화학물질 혐오증)가 해결될 수는 없다. 전성분 표시제로 제공되는 정보가 소비자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학성분의 독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의약품의 유효성분은 오래 전부터 공개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주요 원료와 식품첨가제를 공개한다. 특히 알러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원료나 성분은 반드시 공개한다.

오남용을 막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제품에 표기된 화학성분의 정보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넘쳐나는 정보를 거부하는 소비자도 많다.

식약처에 제출한 허가증이나 신고서에 기재된 모든 유효성분과 첨가제의 이름과 함량이 제품에 표기하는 것이 전성분 표시제다. 보존제·타르색소·동물유래성분도 포함된다. 그런데 제품에 포함된 화학성분의 수가 대단히 많다. 수십 종의 화학성분이 들어있는 화장품도 적지 않다. 포도주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수백 종이 넘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에 표기된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성분을 함량이 많은 순서로 표기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화학제품에서 함량이 가장 많은 성분은 걱정할 이유가 없는 물(정제수)이나 녹말과 같은 조형제들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성분들을 특별히 강조해서 표시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식약처가 그 일을 해줘야 한다.

소비자들이 화학성분의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화학성분의 이름이 통일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화학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이름과 생산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전혀 다른 경우도 많다. 일본식 이름까지 뒤섞이면 더욱 난처해진다. 식품보존제로 사용하는 시트르산·레몬산·구연산이 모두 같은 물질이다. 전성분 표시제에 사용하는 명칭을 단순화하고, 통일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첨가물을 복잡한 이름 대신 기호로 표기하는 EU의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정리를 해야 한다. 모든 화학물질을 거부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화학물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학성분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모든 화학성분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화학물질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면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합성'과 '천연'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 구분이 언제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 합성은 위험하고, 천연은 안전하다는 인식도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왜곡된 상식이다. '전통'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버려야 한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화학물질 중에도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존제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도 경계해야 한다. 보존제는 제품의 유통과 활용에 꼭 필요한 것이다. 물티슈의 경우에 경험했듯이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은 곧바로 부패해버려서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색소와 향도 무작정 거부할 대상이 아니다.

화학물질의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도 자신에게는 심각하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에 대해 충분하고 세심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용법과 양에 따라 부작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단순한 피부 접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도 섭취하거나 흡입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양의 화학제품을 장기간 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적절한 환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어린이에게 무해한 화학제품은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구독 신청: 02-3701-5500




DT Main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