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악화·한국GM 사태까지
기술개발은 커녕 인력감축 속출
국내 부품업계 '살얼음판' 상황
중국의 한국 추격 가속화 우려
"미래형 부품개발 경쟁력 시급"
한국 자동차 산업계의 생산 위축과 관련해 “위기의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단추는 부품 산업 업그레이드”라는 목소리가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부평·창원공장 뿐 아니라 부산·대구 지역 등의 자동차 부품업체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어서 입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계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한국지엠 사태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매출액 감소와 가동률 저하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업체들이 1차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부품 구매액은 자동차업체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015년 -4.2%, 2016년 -4.6%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31억 달러로 전년대비 9.5%나 감소했다. 완성차업체 매출 감소 여파로 기술개발 확대는커녕 경영난으로 인력을 줄이는 부품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협동조합 조사 결과, 한국지엠 1차 협력사들의 2월 기준 공장 가동률은 50∼70%대로 하락했고, 매출액도 전년보다 20∼30%가량 급감했다. 한국지엠 협력사뿐 아니라 일부 국산 부품업체들이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A사의 경우 2014년 5.8%이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까지 떨어졌다. 대구 성서공단의 일부 업체들도 내수시장 악화로 수주물량이 줄어들자 땅값이 저렴한 주변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한국지엠 협력업체에 대해 어음 할인을 거부하거나 대출 한도 관리·여신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일부 한국지엠 2·3차 협력업체의 생존 기반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정부와 GM간 협상을 서둘러야 하며, 금융권도 일단 부품업체들이 버틸 수 있도록 대출 회수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다시 성장 가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래형 자동차 부품 개발에 대응할 국내 부품업체 경쟁력 높이기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협회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 “2016년 기준 글로벌 100대 부품업체 중 일본(28개), 미국(22개), 독일(16개) 등이 66%를 차지하며 한국은 현대모비스 등 6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R&D) 투자 비중도 현대모비스는 1.8%이지만 독일의 보쉬는 9.5%, 일본 덴소는 8.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전문가는 “완성차업체 대립적 노사관계에 의한 고비용 구조와 파업 손실 등이 부품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다 보니, 국내 부품업체들은 기술개발을 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 중국 부품업계의 한국업체 추격이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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