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보조금예산 요청해도
기재부서 번번히 대폭 삭감해
정부 '추경' 투입방안 검토나서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친환경차를 보급하면서 부처 간 의견 상충으로 당초 보급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높이 잡아놓고선, 보급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되도록 많은 친환경차를 보급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지급 예산을 요청해도, 번번이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국내 판매가 급증하는데도, 이를 예측해 보급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바람에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계획은 '공수표'가 됐다. 이에 따라 최근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의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보조금 대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란 비판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과연 친환경차 보급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21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12월 발표한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보급 목표를 4만대와 2000대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3년 전 올해 친환경차 수요 예측을 끝내놓은 것이다. 이어 2020년까지는 전기차 20만대, 수소전기차 8900대를 보급하는 계획이 담겼다. 이후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같은 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를 각각 25만대와 1만대로 더 높여 잡았다.
하지만 정작 환경부가 올해 보급하기로 한 전기차 목표 대수는 2만대, 수소전기차는 158대(지난해 남은 보조금 예산 이월분까지 합하면 약 240대)에 그쳤다. 보조금 예산이 깎였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친환경차 보조금 예산은 전년 예산 집행실적과 그해 예산 실수요 등을 고려해 편성하는데,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조정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재부에 올해 전기차 3만대에 해당하는 보조금 예산과 수백대의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받은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등 예약 판매량은 정부 목표치를 웃돌거나, 근접했다. 전기차 구매 예약은 2만대를 넘어섰고,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까지 더하면 올해 수요는 5만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소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지난 19일 예약 판매한지 하루 만에 733대의 계약 건을 기록했고, 20일에는 약 120대가 계약됐다. 단 이틀 만에 약 850대가 계약됐다. 올해 환경부 수소전기차 보급 목표량의 약 5.4배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정부가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업체는 친환경차 생산 준비를 해왔다"며 "현대차가 올해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 대수를 약 3700대로 책정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기차 구매량이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 1만5000대를 이미 9월에 달성하는 등 국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데도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지 않은 것은 보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와 기재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하는 것뿐인데, 이들 부처가 이미 추경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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