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의료정보 '철통보안' … '개인 맞춤 치료제' 개발 도움도
제약사 공급관리서 제조단계 추적권한
결함발견땐 하도업체에 세부사항 알려
![[알아봅시다] 헬스케어 생태계 연결하는 `블록체인`](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0602101876029001[1].jpg?var=4753 "[알아봅시다] 헬스케어 생태계 연결하는 `블록체인`")
최근 화두였던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은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과, 첨단 기술 융합을 통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 정보의 활용과 관리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관리 '블록체인' 100억달러 시장 관측=블록체인은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중앙 서버 등에 저장하지 않고 분산 저장하며, 참여자(peer) 모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한 블록(block)은 헤더(Header)와 바디(Body)로 이뤄져 있습니다. 블록의 헤더에는 이전 블록과 다음 블록을 연결하는 해쉬(Hash)값과 암호화와 관련된 임의의 수인 넌스(Nonce)가 포함돼 있으며, 이 블록들을 계속 연결하면 블록체인이 형성되는 구조입니다.
기존 시스템이 한 회사 모든 부서의 데이터 처리를 하나의 컴퓨터가 전담하는 방식이었다면, 분산된 네트워크를 가진 블록체인 방식은 거래의 모든 내용을 참가자가 공유·거래하게 됩니다. 각 블록들은 이전 블록의 존재에 이어져 있어 데이터의 순서를 바꾸거나 블록 전체를 조작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중앙 서버가 관리하는 과정을 줄여 새로운 생태계 시스템을 생성하고, 산업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 10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헬스케어 만난 블록체인…환자 데이터·임상 관리 적용 기대=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지난 달 발간한 '바이오 이코노미 리포트'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은 바이오·제약산업, 의료산업에 활발하게 적용될 전망입니다. 딜로이트는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에서 모든 업종을 통틀어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의 블록체인 구축 계획이 가장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판매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의료를 위한 인간의 DNA 정보, 단백질·미생물 군집 등 인체 유래물 정보, 혈압·산소포화도 등 생체정보 등을 중간 거래 기관 없이 병원이나 연구소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밀의료계획(PMI), 환자 치료 및 결과 연구(PCOR), 전국 상호 운용성 로드맵 등에서 데이터 무결성 개선, 데이터 교환 과정에 대한 책임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엔크립젠은 블록체인을 통해 이용자들이 같은 DNA 테스트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집된 자신의 DNA 프로파일을 등록하면 이를 의사, 연구원, 제약사 등 잠재적 구매자에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의학 선구자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는 블록체인이 한 단계 진보된 유전체 비즈니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보를 수정하고 지울 수 없다는 블록체인의 특징은 제약사의 공급사슬 관리에서 각 제조 단계를 추적하는 권한을 갖게 할 전망입니다. 물류체인 내에서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 블록체인은 그 결함이 있는 제품을 공급한 하도업체(Vendor)에 세부 사항을 알려주고 이를 바로 해결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화된 정확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사들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전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약을 만드는 것에 매년 약 3000억 달러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약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환자 중심의 제약 발전 모델을 개발하고, 개개인에게 효과적이고 정확한 약을 제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화이자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큰 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임상 정보를 관리합니다. 독일 바이엘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인공지능·데이터에 관련된 블록체인 방법론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의료 정보 생태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험업자, 의료기관, 환자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료산업은 데이터의 보안과 개인 사생활 침해를 제한하고자 엄격한 규제와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보안상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의료산업의 블록체인 도입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미국 IBM의 왓슨 헬스 사업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작년 1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의료 연구 및 기타 목적으로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기 위한 2년간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IBM과 FDA는 전자 의료 기록, 임상 실험, 유전체 데이터와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 등 여러 출처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새롭고 보다 정확한 의료 데이터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접목한 활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통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작년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정보 서비스는 한 사람의 의료정보가 여러 병원에 분산돼 있는데, 메디블록의 서비스를 통해서는 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디블록 측은 우리나라 특유의 IT전문성과 중앙 집중적 의료시스템 부재라는 체계화되지 않은 의료 환경이 오히려 블록체인의 도입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언급했습니다안지영 한국바이오협회 연구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바이오 시장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소극적 형태지만, 해외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제약산업의 물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구축하고,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환자의 데이터 관리와 의료, 건강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활용을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