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4차 산업혁명과 비트코인 투기

[ ] | 2018-04-09 18:00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디지털인문학] 4차 산업혁명과 비트코인 투기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혁명이 아니라 광풍이라고 해야 할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에 대한 대대적인 투기가 횡횡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사실 2009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비롯됐다. 비트코인의 개발자들은 2009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국제투기자본과 미국정부의 신자유주의가 결탁한 바르지 못한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포착했다. 때문에 비트코인은 경제의 실질적 흐름을 결정하는 통화운영 시스템을 기술을 통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탈중심화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국가와 자본권력의 결탁에 의한 통화조작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의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면서 전혀 다른 악의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악의적인 부작용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투기광풍으로 일어나고 있다. 투기는 국가 경제를 망치는 치명적 독약이다. 투기로 이뤄지는 경제는 대다수의 투자금을 싹쓸이하는 극소수에게만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선사하는 반면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을 파산의 지옥으로 추락시키는 악마의 놀음이다. 이런 악마의 놀음에 우리 경제의 미래를 4차산업혁명을 통해 책임질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미래 세대들의 잘못인가. 그들은 투기에 중독되도록 태어난 돌연변이 세대인가.

비트코인 투기 광풍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한다. 기술 그 자체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선의를 구현하도록 설계돼도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그 선의의 설계가 선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은 그것을 수용해 사용하는 사회의 문화와 구조에 의해 그 기능의 선의나 악의가 결정된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투기광풍은 한편으로 기성세대들이 구축해놓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병리를 폭로하는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극단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어떤 환경 속에 밀어넣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우선 우리 젊은이들은 스스로 헬조선에 산다고 할 만큼 희망이 없는 양극화 구조에 감금돼 있다. 취직도 어려울 뿐 더러 알바 일자리를 얻어도 저임에 시달린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저임으로 고통받는 계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것이 또 그들에게 시급제 일자리마저 빼앗는 해괴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바르지 못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가를 폭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문제를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과 같이 약자를 구하는 정책으로부터 정 반대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구조가 바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약자를 구제하기 위한 사회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득 상위계층들이 물질적 기여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부담이 가진 자들에 의해 다시 약자들에게 전가되면서 약자들의 소득을 빼앗는 일종의 약탈적 구조가 우리의 경제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르지 못한 경제구조는 모두를 투기로 몰아간다.

그런데 경제는 꼭 이렇게 바르지 않은 방식으로만 운영돼야 하는 것인가. 4차산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바로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차산업혁명은 우리의 바르지 못한 경제가 첨단기술을 통해 더욱 바르지 못하게 고도화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4차산업 혁명의 실질적 진원지인 독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암호화폐 관련 기술의 발전의 메카는 독일 베를린이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 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리보다 활발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는 우리보다 훨씬 덜하다. 더군다나 독일의 젊은 미래세대는 우리만큼 비트코인 도박에 빠져들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경제를 지탱하는 심층토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제는 사실상 인간을 경제적 존재(Homo economicus)가 아니라 인간을 문화적 존재(homo culturalis), 즉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는 존재로 보는 경제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경제의 이론적 기틀을 만든 경제학자 중의 한 사람인 빌헬름 뢰프케에 따르면 독일의 경제는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들이 활동하는 인도적 경제(humane economy)를 지향한 것이다.

이번 정부는 4차산업혁명을 사람중심 4차산업 혁명으로 추진하겠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확보에 앞서 경제를 인도적 경제로 혁신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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