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결정은 주로 여성이… '여심' 잡으니 대박행진
임금인상·구매력 증대로 경제 한축 부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 활용 효과
잘못된 성 편견 이용은 되레 부작용만
핑크택스(pink tax)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여성용 제품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더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남성용 면도기와 여성용 면도기가 기능 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용 면도기에 분홍색, 보라색 등의 색깔을 입혀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제품은 외면받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은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지금 현대 사회의 경제적 특징을 이미 '쉬코노미'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쉬코노미(SHEconomy)는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 '그녀(She)'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경제주체로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 경제'를 뜻합니다.
쉬코노미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여성 소비자의 힘이 세다는 말인데요. KOTRA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 소비자들은 전체 구매 결정의 85%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수치죠? 물론 여기에는 가계를 위해 내리는 구매 결정 또한 포함돼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집, 자동차, 식료품 등에 대한 소비 결정은 주로 여성이 내린다는 것이죠. 하지만 여성들의 소비가 단지 가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여성의 소비가 주로 가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현대 여성들은 독립적인 경제주체로서 지위를 확보하면서 자신을 위한 소비를 점점 늘리고 있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발 빠르게 여성의 시각에서 물건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몇몇 스타트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브래지어 브랜드 써드러브(ThirdLove)는 더 이상 브래지어가 여성들을 옥죄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여성들이 본인의 크기에 맞는 브래지어를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웹사이트의 설문을 통해서 정확한 사이즈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획일화된 여성의 몸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존중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브래지어 컵 사이즈인 A, B, C, D 사이즈에 B½, C½ 등의 세분화한 사이즈를 추가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여성의 월경 주기를 측정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 또한 떠오르고 있습니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립자 맥스 레브친이 출시한 글로우(Glow)는 월경일과 배란일 측정에 빅데이타를 통한 분석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미국 시장의 변화는 한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타임지는 이미 2010년에 여성의 임금 인상과 구매력 증대에 따라 쉬코노미가 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습니다. 또 인튜이트(Intuit) 2020 보고서는 2020년에는 과거 북미와 서유럽 지역, 일본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4700만명의 여성 인구가 취업하거나 사업을 운영해 경제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즉, 여성이 주요한 구매 결정권자로 떠오르리라는 것을 시장은 예측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만 16세 이상 미국 여성 노동인구의 평균임금은 약 4만달러(4200만원)로 집계됐으며, 이는 10년 전에 비해 8000달러(850만원)가량 인상된 수치입니다. 또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 수익에 대비해 여성 노동자의 수익의 비중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제품을 선보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여성에 관한 잘못된 성 편견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펩시가 제안한 '레이디 도리토스'는 기존 도리토스보다 핸드백에 휴대하기 쉬우며 공공장소에서도 씹는 소리가 나지 않는 과자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마케팅에는 '여성들은 과자를 조용하고 깨끗하게 먹어야 한다'는 편견이 암시돼 있다며 큰 반발을 샀습니다.
이에 여성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성 모델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브랜드로 인식되던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 등은 이제 여성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최근 다양한 스포츠 제품에서 여성 모델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효과적입니다. KOTRA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마케팅보다 관계를 구축하는 마케팅 방법에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접하는 매체로 소셜 네트워크를 꼽았고 그 중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들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과 광고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여성들의 인사이트를 잘 파악해 여성을 배려한 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이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도움말 = 코트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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