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망중립성 정책수정, 인터넷 어떻게 바꿀까

[ ] | 2018-04-16 18:00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망중립성 정책수정, 인터넷 어떻게 바꿀까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일화 1. 2011년 6월 정보통신정책학회와 미국의 콜롬비아 대학간의 국제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많은 주제가 다뤄졌지만, 핵심 주제는 망중립성이었다. 당시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이었던 필자가 행사를 주최한 취지는 'Beyond Network Neutrality', 즉 망중립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논의를 주도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행사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고, 거기에는 콜롬비아 대학의 엘리 노암(Eli Noam) 교수, ITS(국제통신연합)의 회장 에릭 볼린(Eric Bohlin)교수, 그리고 미시건 대학의 요하네스 바우어(Johannes Bauer) 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행사 후 환송파티에서 필자는 그들로부터 매우 의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I learned so much."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고.

일화 2. 2012년 6월 일본에서 열린 2012 JSICR-KATP 심포지엄에서의 일이다. 주요 정보통신 정책현안에 관한 발표 후 바로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뤄졌다. 그때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들었다. 일본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콘텐츠/포털서비스를 개설 운영하는데 NTT 도코모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적극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콘텐츠/포탈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간 첨예화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과 일본의 어떠한 차이가 이러한 사업자간 관계의 차이를 유발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작년 12월 트럼프 대통령 주도에 의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폐지를 전격 선언했다. 그로부터 불과 2년전 오바마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가 제정한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의 정책방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최근 국내에서도 망중립성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망중립성은 미국에서 시작된 인터넷 규범이자 준칙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수용해야 할 법적, 제도적 의무는 없다. 우리의 이념적 가치와 경제적 이해에 따라 우리가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정해야 하는 정책변수다.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 향방에 따라 부화뇌동할 일은 아니며, 우리가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도록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져 결정하면 된다.

인터넷은 글로벌 생태계다. 그런데 그 생태계를 관장할 규제관할권은 국가별로 나뉘어져 있다. 인터넷 생태계에 있어서만큼은 규제관할권이 국가내 경쟁 환경을 규정하는 수단이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국가간 경쟁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결과 망중립성 이슈가 국내 사업자간 게임규칙에 머물지 않고, 예컨대 한미 FTA상의 핵심 통상이슈로 번질 개연성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구글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고 있고, EU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를 독과점 규제나 불공정거래, 그리고 세금회피 등의 혐의를 걸어 제재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인터넷 생태계에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거래상의 이슈는 망중립성 말고도 많다. 이미 언급한 글로벌 사업자의 독과점에 의한 불공정 이슈, 타국으로부터의 해킹에 대한 책임 소재와 손해배상 청구권 이슈, 그리고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상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소유권과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현상적으로 보면, 개별 국가의 규제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경계영역에서 인터넷은 완전히 무정부상태에 놓여 있다. 이들 이슈를 관장할 글로벌 지배구조가 없다. 그 결과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에 관한 포괄적 시각과 이해 없이 국내만 바라보고 도출한 망중립성 정책은 자국사업자만 역차별하는 우를 범할 개연성이 크다.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은 우리가 우리에게만 씌운 울타리부터 스스로 걷어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업자간 다툼이 유독 심한 것은 그들을 가두고 있는 울타리가 좁고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환경이 사업자간 갈등과 반목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석학들조차 "잘 배우고 간다"고 한 우리의 "Beyond Network Neutrality" 정책제안은 콘텐츠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국내에서는 아무도 귀조차 기울이지 않아 지난 6년간 묻혀 있던 우리의 소중한 정책제안이 이제 다시 주목을 받을지 모르겠다. 우리의 정책제안과 일부 궤를 같이 하는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 수정이 앞으로 인터넷 세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한번 관심있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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