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WFK/우즈베키스탄정부 IT자문관
![[디지털산책] `희망의 꽃` 피워가는 우즈벡](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1702102369607001[1].jpg?var=2923 "[디지털산책] `희망의 꽃` 피워가는 우즈벡")
타슈켄트 시 근처에는 골프장이 있고 스키장도 있으나 언감생심 현지인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한번 야외 운동에 월급의 절반을 써야 하는 비싼 취미이기 때문이다.
80년 초에는 야근에 잔업도 참 많이 했다. 매일 밤 9시 이후에나 퇴근했고,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일요일만 쉬었던 시절의 흑역사도 있었다. 수율이 떨어져서 명절 때 고향에도 못 가고, 퇴근 첫 차량이 밤 9시였던 적도 있었다. 2004년 5일제 근무가 시행돼 먼 옛날의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 여기 공무원들과 직원들은 잦은 야근에 참 열심히도 일을 한다. 아직도 일부 학생들은 6일제 수업이고, 직장인들은 얼마 전까지 토요일에도 출근했다고 한다.
전 세계가 80년대의 추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패션,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80년대 콘텐츠가 리바이벌되고 있다. 얼마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80년대 복고 열기도 그렇고, 지난 3월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역시 80년대 대중문화가 대거 등장한다. 2045년, 암울한 현실과는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데, 주어진 3개의 미션에는 80년도 대중문화가 힌트다. 80년대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고생도 많이 하고, 추억도 많이 남아 굳이 응답하라의 레트로는 아니더라도 다시 살아 보고픈 시대 중 하나다.
개도국의 자문관이 되어 이곳에 부임한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나 100일 차다.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은 80년대 한국의 상황과 똑같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야근, 버스와 택시의 교통비, GNP, 급여 수준까지 모두가 그대로 일치한다.
이게 무슨 데자뷰인가. 너무 상황이 똑같고 사계절에 날씨까지 비슷하니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만 같고 시대만 그대로 35년 전으로 쉬프트된 느낌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것 같다. 나는 인생 중반을 두 번 사는 셈이다.
한국은 고통의 80년대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약 50년간의 노력으로 GNP 3만달러 달성에 오늘, 내일하고 있다. 우즈벡은 언제쯤 지금의 한국 수준에 도달할까?
한가지 주목할 점은 똑같이 50년이 걸린다고는 보지 않는다. 경제사정이 비록 80년대 초반의 한국 상황이나 신기술의 도입과 개방으로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인터넷도 있고 3G, LTE의 도입으로 현지 트래픽도 비교적 양호하다. 정부와 산하기관에는 영국, 러시아 등 유학파들과 젊은 혁신파들도 많이 있어 선진 문물과 기법이 많이 도입, 적용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후손답게 철저한 상인정신과 끈질긴 협상능력, 또 다양한 민족이 더불어 살고 있어서 누구나 4~5개 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좋은 기후와 조건으로 과일, 식품이 풍부하고 지하자원이 풍부하다.장담하긴 그렇지만 3분지 1의 기간이면 가능하리라 본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는 타워크레인이 올라서고 건물이 들어선다. 도시가 역동적이다. 향후 10년 후면 선진 수준의 깨끗한 화장실에 사마르칸트와 히바까지 쭉 뚫린 고속도로로 자율주행차도 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나는 여기 자문관으로 왔다. 나는 국경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굳이 담벼락을 허물지 않더라도 문화와 생활이 공유되는 세상을 꿈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이 한국처럼 시행착오를 밟지 않고 지름길로 선진화가 되길 바랄 뿐이다.
꿈과 희망에 가득 찬 이들은 내게 와서 포그 컴퓨팅과 블록체인을 묻고 시범사업을 원함에 안타깝지만 수없이 되뇌어 본다. 어설픈 선진국 흉내보다는 30년 전 한국이 투자했던 것처럼 인프라와 인력 양성에 더 집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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