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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소비자 물가와 체감 물가 차이나는 이유는

권대경 기자   kwon213@
입력 2018-05-01 18:00

쌀 26.4%·고춧가루 43.7% 인상 …서민 생활품목 등락폭 커
농축수산물·석유·담뱃값·집세 등 460가지 대상 조사
6개월 연속 1% 인상…정부 "소비자물가 안정" 발표
식자재는 수십퍼센트 급등락…주부·청년에 직격탄


[알아봅시다] 소비자 물가와 체감 물가 차이나는 이유는
[알아봅시다] 소비자 물가와 체감 물가 차이나는 이유는

흔히 '장바구니 물가', '밥상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보도를 많이 접합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은 1~2% 정도에 불과한데도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장바구니, 밥상이라는 용어는 물가 중에서도 주로 생필품이나 주요 식재료 가격 상승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장바구니 물가 즉 체감물가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정부가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의 근거가 되는 내용이 체감물가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정부는 통계청 발표로 일 년에 12번, 매달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공식 용어로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입니다. 지수는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하며, 조사품목은 상품과 서비스 등 무려 460개에 달합니다. 조사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38개 지역에서 이뤄집니다. 구체적으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월 3회(초순·중순·하순 주중 1일), 공업제품은 중순에 1회 조사를 합니다. 또 전기·수도·가스와 같은 공공재는 월 1회 하순에 조사하며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민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세는 월 1회 조사를 하는데 초순에 이뤄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특히 소비자물가는 우리가 흔히 소비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전기와 수도, 가스 그리고 석유류와 공업제품 등까지 다 포함한 것입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차이에 대해 체감물가는 개별 가구별로 구입하는 특정품목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소비자물가는 460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가중평균해 산출하지만, 체감물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주거와 난방 부문을 보면 소비자물가에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그리고 등유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런데 개별 가구는 이 중에서 하나만 사용하므로 체감난방비가 다르게 산출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체감물가는 구입 빈도, 비교 시점, 가격상승 품목에 보다 민감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달라지기도 합니다. 소비자물가는 가구 부문 전체의 평균적인 물가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TV나 냉장고와 같이 구입 빈도가 낮은 품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담배와 뷰티미용료(헤어숍 비용) 등 일부 가구만 구입하는 품목도 소비자물가에 반영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일반 가구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과 기본생필품 등 일부 품목만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지수 및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 채소·과실·생선 등을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를 보조지표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3월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하락했고, 전년 동월대비 1.3% 상승했습니다. 전월대비를 상세히 보면 3월 지수는 104.16(2015=100)으로 전월 104.26보다 0.1% 하락했고, 전년 동월 102.79보다는 1.3% 오른 것입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1.3% 올랐다는 발표가 이런 계산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정부는 3월 물가가 6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해 안정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합니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이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농수산물과 서비스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3월의 주요 등락품목을 보면 체감물가가 왜 전체 소비자물가와 차이가 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농축수산물에서 쌀은 전년보다 가격이 26.4% 올랐고, 고춧가루는 43.7% 가격이 뛰었습니다. 이외에 오징어 33.1%, 무 38.0%, 감자 25.2%, 호박 45.4%, 고구마 22.0%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이들 품목 대부분은 우리 밥상에 오르는 주요 식재료들 입니다. 반대로 귤은 21.5% 가격이 하락했고, 달걀 -25.8%, 파 -30.1%, 토마토 -14.8%, 양파 -14.7% 등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아울러 전기·수도·가스 분야에서 상수도료는 1.6% 올랐고, 도시가스는 6.6% 요금이 떨어졌습니다. 전세는 1.9% 올랐으며, 월세는 0.2%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외식비를 중심으로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중국집(자장면)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그리고 분식집(김밥)에서는 가격을 일부 올렸습니다. 나머지 서비스 업종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민감한 외식이나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일부 영향이 나타나는 중이다"면서 "무리한 가격 인상을 하거나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가계를 꾸려가는 주부나 지갑이 가벼운 학생 또는 청년층이 주로 체감물가 인상을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변동 폭이 큰 반면, 구입 빈도가 높지 않은 제품 또는 가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서비스 요금의 등락 폭이 적은 것도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 괴리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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