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 수준 요금제 있어
알뜰폰 활성화로 대책 마련을"
정부도 양보없이 직진 방침
찬반 팽팽해 통과해도 논란
내일 전기사업법 심사 마무리
[디지털타임스 정예린 기자] 규제개혁위원회가 오는 11일 보편요금제 심사를 속개한다. 지난달 27일 결론을 내지 못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찬반 의견이 여전히 팽팽해 통과한다고 해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새롭게 알뜰폰협회에서 참여해 의견을 밝힐 계획이어서 논란이 더 뜨거워질 가능성도 있다.
8일 규개위에 따르면 규개위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재논의를 위한 전문가 섭외 등 준비를 마쳤다. 규개위는 이번 심사에서 찬성 측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과 반대 측 김도훈 경희대 교수의 의견을 참고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의 요금에 약 200분의 음성통화와 1GB 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부가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통사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특히 지난 규개위 회의에서는 적용 대상인 1위 사업자 SK텔레콤 측이 3시간여의 회의 중 절반인 약 1시간 30분 동안 발언을 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위배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고가요금제의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충분한 데 비해 저가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통사의 전략이 시장 실패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는 11일 한 번 더 논의하기로 정할 정도로 양측이 사활을 걸고 맞섰다.
이번 회의에서도 찬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알뜰폰협회가 SK텔레콤 못지 않게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알뜰폰 업계는 생존의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대신 알뜰폰 활성화로 통신비 인하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알뜰폰의 일부 요금제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뜰폰업계는 데이터 1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1만9800원에 선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알뜰폰 사용자의 경우 전체 무선통신 사용자의 12%에 불과해 보편요금제의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또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대신 정부는 알뜰폰 도매가격을 낮추는 등의 특례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알뜰폰 업계를 다독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알뜰폰에 망을 제공하는 이통사의 부담으로 이어져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보편요금제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통사들의 반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익이 급격하게 악화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도입까지 이뤄지면 이통3사 영업이익의 6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한 이통사의 노력이 고려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인위적 통제보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규개위는 정부 위원 8명, 민간 위원 16명으로 총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3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규개위를 통과하면 보편요금제는 법제처의 심의를 거쳤다 국회에 발의된다.
정예린기자 yesl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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