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지·부도덕·오만으로 망가지는 한국경제

[시론] 무지·부도덕·오만으로 망가지는 한국경제

[ ] | 2018-05-16 18:00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무지·부도덕·오만으로 망가지는 한국경제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드는 등, 고용 증가에 큰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아직 사라지지 않은 2008년의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는 참담하다. 이른바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허구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의욕은 넘치나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임금 등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주면 증가한 소득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여 생산이 늘고, 그 결과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은 곧잘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 지하에 고인 물을 길어 올린다는 비유를 한다. 그러나 소득은 지하에 고인 물처럼 그렇게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 활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소득은 그들이 가진 생산 요소를 누군가 사 줄 때 발생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의 생산 요소는 당장 소비할 수 있는 '현재의 자원'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미래의 자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음식, 옷, 주거지 등의 현재의 자원을 그들에게 제공하고,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노동과 토지 서비스 등의 미래의 자원을 사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바로 자본가다. 기업가는 이런 미래의 자원을 활용하여 생산을 조직하는 사람이다. 물론 자본가-기업가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일을 한다.

자본가-기업가는 시간이 걸려 생산되는 생산물을 팔아 이자와 이윤 형태의 소득을 얻는다. 이 중 일부를 다시 저축하여 근로자와 토지 소유자에게 현재의 자원(소득)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소득은 자본가-기업가들의 이익 추구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될 때 가장 많이 창출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산 활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임금과 소득의 결정 방식에 역행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이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최저임금제는 모두 생산 활동을 방해할 뿐이다. 결과적 산물인 소득을 소득 증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더구나 최저임금제는 과학적 측면에서 틀렸고 도덕적 측면에서 부도덕하다.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면 최저임금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려는 바로 그 근로 계층, 즉 미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을 도리어 줄여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 틀렸다. 또 최저임금제는 미숙련 근로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계약의 자유를 파괴하고 실제로는 근로자가 아니라 정권의 지지율 제고 등,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도덕하다. 그래서 과학적 오류와 부도덕은 흔히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복지 지출의 꾸준한 증가는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의 파탄을 불러오고, 복지 수혜자들을 정부 의존적으로 만듦으로써 개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여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런데 정책 추진자들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의 부도덕성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측면이다.

연일 공정위가 압박하는 기업지배구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지배구조란 출자한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하도록 주주들이 경영자를 규율하는 메카니즘이다. 그러므로 어떤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든, 그것은 주주들의 결정 사항이다. 그런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들은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떠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주식회사 제도다. 집권자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와 같이 커다란 규모의 경제는 몇몇 개인이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무지와 부도덕과 오만이 뒤범벅된 소치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질서에 어긋나는 정책은 예외 없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의 삶을 어렵게 한다. 집권자들이 깊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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