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4차 산업혁명, ICT 영토 넓히는 방법

[ ] | 2018-05-17 18:00
정용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포럼] 4차 산업혁명, ICT 영토 넓히는 방법

정용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10여 년 만에 우리 일상과 문명의 변화가 놀랍다. 그 변화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ICT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의 진화'와 '새로운 시장'이 동시에 나타날 만큼 변화속도가 빠르다. 제트엔진과 기관차 제조 등 전통적인 굴뚝기업의 대표라 할 GE가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청사진을 내세웠고, 인터넷 포털 기업인 구글과 네이버가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세상이다. 2007년 처음 출시된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26억 명이 넘어가면서 전 세계적인 인터넷망 확장과 이에 동반된 엄청난 데이터 양의 증가가 이뤄졌고,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SW기술 뿐 아니라, 제조현장과 유통시스템의 혁신, 블록체인 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이 역설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개방'과 '공유'의 가치를 내세우며 업종간 벽을 허무는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망에 최적화된 SW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 새로운 시장 시스템을 만들어낸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혁신 기업들이 전통적인 굴뚝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유는 단순하다. 산업 영역간 벽을 부수고 거래단계를 단순화시켜 각 시장의 효율을 극대화한 ICT기반 서비스 상품을 만들어 내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한때 강력한 ICT 인프라를 갖춘 IT강국이자 테스트 베드로 평가되던 우리 시장은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 혁신적 글로벌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첫째, 제4차 산업혁명을 꽃피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인적, 인프라 측면의 ICT를 활용, 다양한 SW사업 모델과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 분야의 '개방'과 '공유'의 산업 환경을 마련해 제조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ICT기반 융합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과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할 때 국내에서도 새로운 해외 영토를 개척할 수 있는 혁신적 글로벌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 중국 같은 대형 내수 시장을 갖지 못한 우리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늘 새로운 해외시장 진출에서 찾았음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새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남방 정책을 발표하고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량을 2020년까지 중국과의 교역량 수준인 2000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러한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IT 친화적인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동남아, 인도 등으로 ICT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AI, 자율주행 기술, 블록체인 기술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우리의 강점인 5G 기술 등 ICT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 등을 현지 맞춤형으로 최적화시켜 새로운 기회의 땅인 동남아, 인도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민관의 협력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해외 바이어와 ICT 기업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차별화된 장터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꼭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횟수에 비례하진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읽고, 해외 현지시장을 맞춤형으로 공략할 수 있는 똘똘한 혁신 기업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기술과 제품을 전략시장 바이어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대형 마켓 플레이스를 키우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ICT 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콘퍼런스 및 전시회를 통해 대형 마켓 플레이스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가 있다. 전 세계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인 ICT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전시회, 박람회, 포럼과 같은 MICE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MICE산업은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크지만, 참가자들이 행사 개최지를 방문하는 동안 숙박, 음식, 교통, 관광, 쇼핑, 문화, 레저 등 다양한 소비를 함으로써 개최 지역 및 주변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특히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산업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CES나 MWC 이외에도 순수 민간행사인 다보스포럼도 많은 국가들의 고위급 정치인 및 경제인들이 '기꺼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스위스'의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비록 다보스는 인구 10만명대의 소규모 도시지만 다보스포럼 덕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고급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여 관광수입이 시의 주 수입원이 되었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영향력 있는 행사가 되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MICE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1.8배에 달했다. 고용창출효과 또한 단순 관광객 12명이 입국하면 1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국제회의 참석차 외국인 1명이 입국하면 8명의 일자리창출에 기여한다고 한다. MICE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처럼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MICE 산업의 성장 가능성으로 많은 글로벌 국가가 국제 유명 전시회 또는 행사 등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미래를 이끌 17대 신성장동력으로 MICE산업을 선정,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월드IT쇼'를 개최하고 있다. 2017년 전시회 기간 동안 미주, 동남아 유럽 등 '해외 빅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를 통해 5113만달러 수출계약이 현장에서 이루어졌고, 이후 4,716만 달러의 국내제품(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5월 23일부터 개최되는 2018년 '월드IT쇼'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ICT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B2B 프로그램들이 많이 눈에 띤다. 동시행사로 준비되는 'ICT기술사업화 페스티벌'이나 한국무역협회 주관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컨퍼런스&데모데이' 프로그램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국내외 1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해 비즈니스 성과를 도모할 예정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글로벌 전시회에 비해 규모가 다소 작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도 바이어나 투자자(VC)를 찾아가는 노력 뿐 아니라 그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마켓을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일 때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신선하고 매력적인 ICT 상품을 판매하고 투자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국내 주요 ICT 기업의 선진 기술 홍보를 통해 자국민의 긍지를 살려 나갈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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