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블록체인, 모바일 투표 활용 검토해야

[ ] | 2018-05-17 18:00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블록체인, 모바일 투표 활용 검토해야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를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금융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데이터 저장방식이다. 중앙서버에 모든 거래 정보가 한꺼번에 저장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거래 내역이 다수의 독립적인 컴퓨터에 분산돼 저장되기 때문에 데이터 조작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잘못되거나 조작된 데이터는 10분마다 다수가 가진 정보와의 대조를 통해 판별된 후 수정되므로 해킹으로 인한 데이터의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을 넘어 의료, 물류, 행정,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케이-보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013년에 도입한 케이-보팅은 이용 횟수가 3500회를 초과했고, 누적 이용자 수도 440만명이 넘는다. 학교, 공동주택, 기업 등의 대표자 선출이나 안건투표 등에 사용되던 시스템이 최근에는 정당경선이나 대학총장 선거 같은 공공성이 높은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케이-보팅과 같은 온라인 투표시스템은 기존 투표 방식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투표소를 방문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개표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향상돼 투표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킹으로 발생되는 보안문제와 부정·대리투표로 인한 신뢰성의 결여는 온라인 투표 확산에 걸림돌이 돼왔다. 실제로 온라인 투표를 공직 선거에 도입했던 나라 가운데 해킹 위험 때문에 이를 철회한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는 온라인 투표에 사용된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성과 재집계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공직 선거에 도입했던 온라인 투표를 중단했고, 프랑스도 러시아 해커의 개입 의혹이 발생하자 지난해 6월 일부 선거구에서 도입한 온라인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온라인 선거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선거에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 나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 (Podemos)'는 시민 참여율을 높이고 공정한 투표를 실현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한 '아고라 투표'를 도입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힘입어 포데모스는 창당 100일 만에 유럽 의회선거에서 120만표를 득표하며 5석이나 확보하는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주도 블록체인을 사용한 모바일 투표로 지난 5월 8일 예비선거 투표를 마쳤다. 주 정부는 이번에 사용된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투표를 평가한 후 올해 11월에 진행될 일반선거로 확대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해킹이나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 없이 스마트폰 클릭 한 번으로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면 투표 장벽을 낮추고 투표 관리에 들어 가는 비용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중요한 정책에 대해 수시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면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도 가능할 지 모른다. 하지만 블록체인 투표의 도입을 위해서는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와 법적, 기술적 근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으로 중·소규모의 투표나 선거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학습과 지원으로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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