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종전선언은 신사협정, 법적구속력 없어…중국 배제해도 법적으론 문제 없어

[ 박미영 기자 mypark@ ] | 2018-06-01 08:14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전쟁과 연관된 것이어서 용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의미 자체로도 큰 영향력이 있을 뿐 아니라 국내법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의미가 크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전히 한국은 전쟁 상태='종전선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종전'(termination of war)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종전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전쟁'의 국제법상 정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단 하나의 권위 있는 전쟁 개념에 대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스라엘 국제법학자 요람 딘스타인이 규정한 전쟁의 정의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딘스타인은 "전쟁은 기술적이든, 실질적이든 둘 이상 국가들 간의 적대적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실질적 적대행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법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한 기술적 차원에서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를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한국전쟁 정전협정 발효일인 1953년 7월 28일부터 실질적 적대행위가 종료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전쟁이 법적으로 종료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일종의 신사협정=종전선언의 법적 성격도 따져봐야 합니다. 종전선언의 법적 성격은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종전선언 자체는 조약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규율하는 유효한 법적 체제는 여전히 정전협정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종전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군사분계선이 종전선언 시점을 기준으로 국경선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종전선언으로 인해 한국이 북한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하게 되는 결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종전선언의 주체와 관련해서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선 논란이 되는 것은 정전협정의 주체와 종전선언의 주체가 일치해야 하는가입니다. 정전협정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인데 반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합의이므로 주체가 일치돼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즉, 한국전쟁 종전 선언 시 중국을 배제해도 법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습니다.

평화협정 체결은 종전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 UN 체제하에서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습니다. UN헌장 제2조 제4항은 국가의 무력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UN헌장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무력사용과 관련해 'UN안보리 결의에 의한 군사적 조치'와 무력공격을 받은 국가의 '자위권 행사'라는 두 가지 예외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선전포고에 대응하는 개념인 평화협정 개념의 급속한 쇠퇴를 가져왔습니다. 일반적인 평화협정에는 영토의 범위, 사면, 전쟁포로 교환, 기존 조약들의 효력 재개, 배상금 문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회 비준의 문제=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서는 국회 비준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 21조는 체결된 남북합의서에 대해 국회가 비준동의권을 가지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종전선언도 국회 비준동의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인 종전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가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것인지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자체는 정치적 합의에 해당하는 모든 남북합의서가 대통령의 비준 대상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법상 일반적인 논의와는 다소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는 남북 상호 간 '국가 승인' 문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현재 한국 헌법이 북한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상호 승인하지 않는다 해서 조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평화협정이 남북 간 '기본관계'를 규율하는 경우 이는 이론적으로 '묵시적' 승인으로 간주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현행 헌법 제3조의 존재로 인해 위헌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적) 위헌 상태가 체결된 평화협정의 국제법상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자료제공=세종연구소



<알아봅시다>종전선언은 신사협정, 법적구속력 없어…중국 배제해도 법적으론 문제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4.27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추진이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알아봅시다>종전선언은 신사협정, 법적구속력 없어…중국 배제해도 법적으론 문제 없어

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4.27 판문점 선언'을 하고 박수를 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추진이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많이본뉴스


디지털타임스의 뉴스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