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국가신용등급 어떻게 매겨지나

[ 권대경 기자 kwon213@ ] | 2018-06-12 18:00
재정·경제적 조절능력·채무규모 주로 고려
3대 신용평가기관이 국가 브랜드가치 결정
한국,비핵화 결과따라 등급 조정 갈릴 듯


[알아봅시다] 국가신용등급 어떻게 매겨지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알라스테어 윌슨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총괄.연합뉴스


한국의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국가신용등급'입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그 국가의 신용도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의 채무상환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이 고려돼 결정됩니다. 주로 재정과 경제적 조절능력 그리고 채무규모가 중요 요소입니다. 재정적 조율능력은 증세 가능성과 재정지출 축소 가능성을 일컬으며, 경제적 조절능력은 혁신과 경쟁력 그리고 산업경쟁력을 말합니다. 채무규모는 실물경제와 기준금리 등을 고려해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요소는 △정치체제 안정성·정통성 △국제금융시장과의 통합도 △국가안보상 위험요인 △소득수준 및 분포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공공채무부담 △외채 및 외환보유고 수준 △대외채무불이행 경험 등의 정치·경제적 사안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이 높으면 낮은 금리의 채권 발행이 가능하며 반대로 낮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높은 금리의 채권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국가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만약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면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그리고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상승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떨어지면 국가 브랜드 가치가 덩달아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고전하게 됩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 면담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알아봅시다] 국가신용등급 어떻게 매겨지나


그렇다면 신용등급을 매기는 곳은 어디일까요. 주로 3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무디스(Moodys),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10월까지만 하더라도 호주와 스웨덴 등과 함께 비교적 우수한 등급을 받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다시 회복돼 2002년 A등급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2018년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대체로 세 기관 모두 '안정적(stable)'으로 보고 있습니다. 평가는 기관별로 무디스와 S&P가 세 번째 등급인 'Aa2' 및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 최고 등급입니다. 피치는 두 기관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네 번째 'AA-'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대 기관에서 각각 'A'와 'A+' 그리고 'A1' 등의 등급을 받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보다는 한 두 단계 높습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자면 한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과 같은 수준이며, 미국·독일·호주·홍콩·싱가포르 등 10개국은 우리보다 높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승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요 기관들은 북핵 위기와 한반도 정세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신용등급 상향을 막는 장애물로 봤습니다. 4월과 5월 무디스와 S&P 평가단이 한국을 찾아 연례협의를 가졌는데,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 폐기 논의 등을 감안해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집니다.
다만 낙관적 결과를 확신하기에는 이릅니다. 한국은 거시경제와 재정·외환 건전성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한 편이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소득 양극화 그리고 가계부채 급증 등 리스크도 상당한 탓입니다. 여기에 피치와 같은 기관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군축 불가능과 잠재적 통일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긍정적 전망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비록 비핵화 조치가 실행되더라도 그 절차가 단시간에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즉 과정에서 돌발 변수로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기 어렵다는 게 이들 기관이 선뜻 상향 평가에 주저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김동연 부총리와 정부도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입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자리에서 "지금 정도의 남북 상황으로 단시간 내에 신용등급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조금 더 중기적으로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고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시장 안팎에서는 다음번 평가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이 바로 상향되기 보다는 정세변화를 고려해 등급 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변경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습니다. 긍정적 전망으로의 전환도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전 단계로 충분히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3개 평가 기관들은 통상 연례협의 후 2~3개월 내에 신용등급 리뷰 결과를 발표합니다. 때문에 4월과 5월에 무디스와 S&P 평가단이 한국을 다녀간 만큼 무디스는 이르면 6월이나 7월에 또 S&P는 7월이나 8월에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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