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남북러 전력망 연계 묘수 찾아야

[ ] | 2018-06-13 19:02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포럼] 남북러 전력망 연계 묘수 찾아야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가 주목해오던 미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을 포괄적인 결론으로 도출하면서 우선 성공적으로 그 막을 내렸다. 이로 인해, 당장 한반도에서 나타날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이전과는 다른 양과 질로 급속하게 활성화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국내 경제계는 미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 경협을 크게 기대하고 있고, 또 우리 정부는 미북 간의 화해 무드가 본격화됨에 따라 야심차게 내 걸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박차를 가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다. 외교, 안보의 평화적 정세는 분명 각국 간의 경제협력을 극대화하는 정치적 인프라이지 않은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유럽 역시 바로 그러했다. 지역 차원의 경제통합으로까지 유도한 것이 바로 유럽 각국 간의 평화체제였다.
그렇다면, 미북정상회담 이후 가시화될 남북경협 프로그램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및 확대 운영과 원산갈마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 내 관광특구 개발 등을 언급할 수 있겠으나, 북한이 그 '절실함'을 토대로 지원을 바라고 있을 것은 아니 평화와 화해 무드를 통해 간절히 요청해올 것은 다름 아닌 대북 전력지원이리라. 비핵화를 통한 체제 보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대의 숙제로 여긴 북한에게 있어 국내 경제의 안정화를 꾀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일 것이며, 또 이를 위해서는 역시 턱없이 모자란 전력을 안정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같은 민족인 남한과의 전력협력을 가장 중시하고 또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이전 칼럼을 통해 러시아 연해주의 잉여 전력을 북한 동해안 지역을 경유해 남한의 경기북부로 고압 직류송전으로 끌어와 다시 개성과 해주 그리고 평양으로 역송전하는, 이른바 'J자형'의 남북러 전력망 연계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구상은, 러시아를 끌어들임으로써 전력의 북한 경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또 대북 송전 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내기 쉽고, 또 남한 내 발전소 건설 등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내 송전 및 수전 루트를 다양화함으로써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전력 공급에 관한 불안 역시 해소해낼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 구상을 실현시켜내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몇 가지 '경제협력'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남북러 전력망 연계 구상의 현실화를 위한 북한 통과 리스크 헤징 방법을 남북경협 차원에서 즉 북한에게 경제적인 유인과 정치적인 유인을 동시에 제공하는데서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경협 프로그램으로서의 '남북러 전력망 연계구상'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으로서는 먼저 북한이 선호하는 경제적 유인을 활용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한의 경기북부까지 전력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북한 동해안 전 구간의 토지를 남한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임대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중국 간 경협의 대표적 사례인 나선 부두임대 및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 등을 보면, 중국은 주로 관련 토지를 북한으로부터 50년 간 임대하는 형태를 취하고 또 그 임대료를 원유 등과 같은 현물로 지급해오고 있다. 이는 북한의 선호를 고려하여 이루어진 계약이다.
따라서, 남북러 전력망 연계가 당면 과제인 남북경협을 구체화하는 구상임과 동시에 남한의 미래 전력수요에 관한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책이기도 함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여, 이 구상과 관련한 북한에 대한 토지 임대료는 원유, 가스, 전기와 같은 현물로 지급하되,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공동 투자법인 형태로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임대하고 또 장기적으로는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현금, 현물, 대토 차원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북경협으로서의 전력망 연계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이 구상을 대전제로 하는 송전선 공사를 위한 신설 도로를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공동 투자법인은 말할 필요도 없고 북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그간의 북한과 중국 간의 모범적인 경제협력 사례들을 보면, 중국이 북한 내 도로 수리, 포장, 교량 건설 등을 경협의 대가로 제공하되, 그 인프라들에 대한 북한의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려가 북중 간 경협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북러 전력망 연계 구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에 설치될 송전선로 인근 주요 관광특구 주변의 도로 신설을 남한이 경협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러 전력망 연계. 이는 남북경협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가장 합리적인 구상임은 물론이거와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현실화해주고 또 앞으로 본격화될 동북아 수퍼그리드의 틀 내에서 우리 한반도를 그 중심에 서게 해줄 '일거다득'의 묘수다. 그렇다면, 이를 실현해낼 대북 전략이 제일 긴요하다.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남북경협을 위한 정치적인 유인은 확보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제적인 유인을 슬기롭게 제공하는 것만이 남았다. 북한과 중국 간 경협의 역사로부터 그 단서를 찾는 것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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