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 비핵화 철저한 이행이 과제다

[ ] | 2018-06-13 19:02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시론] 북 비핵화 철저한 이행이 과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이뤄졌고, 4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세계사적 대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게 제시되고 있다. 더욱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변화의 끝이 과연 장밋빛 미래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진행과정이 과거 북한의 경수로 지원 당시처럼 북한의 페이스 말려 가시적 성과를 보지 못할 우려도 있고, 북한의 체제보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되새겨볼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당분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당장의 효과가 훗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고,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선례들을 애써 무시하려 하기보다는 약속을 또다시 어길 경우에 대한 방비가 단단히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불가역적 비핵화가 완료되기 이전에 북한에 대한 -비핵화 진행상황에 따른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는 고려할 수 있지만-직접적·적극적 지원은 삼가해야 한다.

둘째,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북한의 변화와 맞물려야 한다. 북한의 권력층에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경제적 개방을 통한 사회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북한 체제의 보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악몽의 연장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과의 교류·협력의 강화는 필요할 것이지만,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북한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낭만적 민족주의 속에서 북한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남북정상회담 후에 채택된 4·27판문점선언과 마찬가지로 미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2합의문도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결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식의 추상적 선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장정은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인데, 마치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것처럼 샴페인부터 터트리려 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오늘의 상황이 전개되기까지 우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공(功)과 과(過)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할 것이며, 향후 후속 실무회담에서 또 어떤 변수들이 발생할 것인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 속에서 우리가 소외될 (이른바 코리아 패싱) 가능성은 없는지,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목표, 그리고 우리의 역할 내지 몫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재검토와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남북한관계 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적 통일'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안정시키는 것은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통일에 장애가 되는 것일까?

6·12미북정상회담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변화된 시대의 흐름과 남북한 관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전쟁은 악몽이고 비극이요, 평화와 통일은 희망이고 환상이다. 그러나 전쟁을 준비함으로써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것처럼, 북한과 미국에 대한 소박한 신뢰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것보다는 어떤 돌발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인식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속 세대를 위한 우리의 기본적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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