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야 다른데"… 부처별 R&D관리 일원화 잡음

[ 박정일 기자 comja77@ ] | 2018-06-14 18:00
1부처1기관 재편 진척 없어
"연구 특성 고려않고 단순통합
R&D 역량이 높아질지 의문"


정부가 올해 초 국가 연구·개발(R&D) 기획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처별로 산재한 17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1부처 1기관' 형태로 재편하기로 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R&D 전담 기관별 특성을 반영,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국가 R&D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화학적 통합이 아니라 단순히 하나의 기관 아래로 '헤쳐 모여' 식의 직제만 개편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제 관계 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연구기획 평가 기능의 부처별 일원화(1부처 1 전문기관)' 원칙에 따라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공동 주관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2개 부처 17개 기관을 10개 부처 10개 기관으로 재편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R&D 기획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분야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단순히 연구관리 기관만 통합한다고 해서 R&D 역량이 높아지진 않는다는 내부 반발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 R&D 연구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등 3개의 R&D 전문기관을 1개 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두고 TF와 협의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KEIT를 대표 기관으로 하고, 그 아래에 KIAT와 KETEP를 산하 조직으로 두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KIAT의 산업 R&D 기능을 떼어 KEIT로 넘기고, KETEP는 KEIT 산하 독립 연구조직으로 두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안을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통합하면 R&D 기획과 집행 효율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기관별 연구관리 특성이 다른데 일원화라는 획일적 원칙에 따라 단순히 하나의 기관 아래 모아놓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언제까지 기관 통합을 끝내라고 못 박지는 않아 아직 논의 시간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도 개각과 함께 연구관리 기관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특정 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만 예외를 인정할 경우 다른 부서가 반발할 수도 있어 일원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구관리 전문기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 R&D의 경우, 일반 산업 R&D와는 달리 에너지 공기업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 비율이 높고,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R&D 사업은 인력 양성부터 기술 개발, 상용화와 수출 지원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며 획일적 기관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나오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 경협 사업인 '동북아 슈퍼 그리드' 구상 역시 주파수 표준 문제부터 송·배전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 초대형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 대규모의 R&D 과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장기간의 연구와 전문 관리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R&D 중복을 없애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R&D 특성 상 중복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과기정통부가 국가 R&D 기획과 관리 기능을 모두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부처를 콘트롤타워로 해 충분히 효율성과 융합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모든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설립 배경과 R&D 추진 절차, 소요 인력과 시간, 실적 등을 전수 조사해 통합이 진짜 필요한지 따져야 할 것"이라며 "학계, 산업계, 연구계 등 이해 관계자 과반 이상이 인정하는 명분을 가지고 가야 통합에 따른 잡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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