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 관세… 중국도 맞대응
양국 올 성장률 0.2%p 감소 전망
글로벌 원자재 시장 가격도 하락
무역갈등 확산에 한국 수출 긴장
미국과 중국(G2) 간 무역전쟁이 재발했다. 세계 무역전쟁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500억 달러(약 54조1250억원)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미국의 중국 상품수지 적자 3750억 달러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 부과 대상은 총 1102개 품목으로, 항공우주와 정보통신, 로봇 공학, 신소재·자동차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당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첨단 산업 분야 품목들이다. 관세 부과는 2단계로 진행된다. 1차적으로는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내달 6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핵발전 장비, 증기 터빈, 농기계, 항공장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나머지 160억 달러에 해당하는 284개 품목은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불공정한 경제 관행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잃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이번 관세는 본질에서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의 불공정한 이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산 제품·서비스나 농산물을 겨냥한 관세조치나 비관세 장벽을 설정하려 한다면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관련 발표가 나온 직후인 16일 오전 2시(현지시간) 미국과 동등한 규모와 강도의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고 중미 경제 무역협상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도 위배했다"며 맹비난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공고를 내고 "미국이 중국의 결연한 반대와 엄정한 교섭을 무시하고 WTO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먼저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중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품목 340억 달러 상당에 대해 내달 6일부터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화학공업품, 의료설비,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는 추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발발하면서 세계 경제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5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미국이 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대1' 수준의 보복 관세를 물리면 미·중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관의 루이 카위스 아시아 책임자는 "대단치 않은 수치이나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불확실성·리스크 증대가 기업 확신과 투자, 그중에서도 국가 간 투자를 짓눌러 세계 경제에 민감한 시기에 중국과 미국,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 대상이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까지,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해당 국가들도 맞불 관세로 맞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은 이런 위험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5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0.73%, 한국 코스피가 0.80% 하락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유로Stoxx는 0.63% 내렸고,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34% 하락했다. 세계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19% 하락했고,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도 하루 사이에 2.3% 떨어지는 졌다. 아연(-3.36%), 납(-1.96%) 등 여타 금속 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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