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송환 "비핵화 조치 아냐"
북 실무협상 촉구 볼턴까지 등판
생화학무기도 비핵화 대상 강조
[디지털타임스 박미영 기자]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 유해를 송환했거나 곧 송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유해 송환이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첫 후속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비핵화 이행 조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열린 한 유세 현장에서 "우리는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며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CNN 등 외신들도 "북한이 며칠 안에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해 송환 절차가 개시된 것인지, 미국이 이미 인도를 받은 상태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미군 유해가 판문점을 넘어 한국 내 유엔군사령부를 거쳐 하와이로 가는지, 미국이 직접 수송기를 띄웠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군 유해 송환은 '6·12 싱가포르 미북공동성명'에도 포함된 사항이다. 북한이 유해 송환에 착수했다면 미북공동성명에 대한 첫 이행으로 기록된다. 유해 송환은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상의 '선물'에 해당한다. 유해 송환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서 폭탄 발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에서는 인도적 조치가 아닌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핵화 논의가 장기화할수록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수 있어 미국은 비핵화 목표에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하는 '속도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 제안에 대해 응답하지 않는 등 미북 실무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을 비핵화 조치로 포장할 경우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주고 상응 조치를 돌려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리비아 해법'을 주장했다가 북한으로부터 지탄 받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달여 만에 등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2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며 "길게 늘어지는 회담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실무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탄도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적 관계로 나아갈지에 대한 극적인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생화학무기도 비핵화 대상임을 환기 시켰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아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의 책임자인 매티스 장관의 이 발언은 미군 유해 송환이 한미훈련 중단과 맞바꿀 수 없는 카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에 상응하는 또 다른 조치로 거론되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카드는 아직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미 CBS뉴스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엔진 실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보도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