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DT현장] 국가 단위 총력전 된 5G 시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807/2018071702102269727001[1].jpg?var=4046 "[DT현장] 국가 단위 총력전 된 5G 시장")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아직 LTE(4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저물지 않았지만, ICT업계는 이미 5G 이동통신으로 옮아가고 있다. 5G 시장을 스스로 먼저 열지 않으면 추종자로 끝나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각 국가와 기업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5G의 정의는 현재 '속도 개념'에 머물러 있다. 4G와 5G의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4G는 최대 전송속도가 1Gbps인 반면 5G는 20Gbps가 가능하다. 단순 비교하면 5G가 20배 빠르다. 속도가 빠르니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4G는 10Mbps의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를 기록하는 반면 5G는 최대 1000Mbps가 가능하다. 최대기기 연결수도 4G가 10만대인 반면 5G는 이론상으로는 100만대다. 만나는 기업마다 '5G는 무엇이다'고 정의돼 있지 않다면서 방향을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러나 이 속도는 5G가 1~4세대의 변화를 합친 것보다 더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음을 암시한다.
5G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세계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무선통신 칩셋 제조사인 퀄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퀄컴 매출의 3분의 2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이동통신이 세대를 바꿀 때마다 업계의 대표주자는 바뀌었다. 4G 시대 이전이 모토로라와 노키아, 블랙베리 세상이었다면 2000년대에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4G 시대를 주름잡았다. 우리는 현재 4G에서 5G로 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5G 기반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면서 통신사도 장비업계도 바쁘다. 5G 시대에는 대역폭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안테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10년 전부터 5G를 연구해왔다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맞붙은 이유다. 세계 최초 전국망 상용화라는 타이틀이 붙은 국내 5G 장비시장은 글로벌 패권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저마다 어려움을 느낀다. 정작 5G 총대를 멘 통신사들은 핵심서비스를 찾는 게 쉽지 않다. 5G 킬러콘텐츠를 먼저 찾아 확산시키는 기업이 패권을 쥘 것은 알지만, 5G를 활용한 새 사업모델이 어떤 게 돈이 될지 알 수 없다. 5G 시대에 통신사만 부각되는 것에 콘텐츠 업계는 소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국내 최대 콘텐츠 대기업 관계자는 "5G 고속도로에는 모두 주력하지만 5G 콘텐츠에는 모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내걸었지만 네트워크를 현실에 반영해 풀어나갈 동력 자체는 부족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3월 상용화를 공언한 정부는 일정대로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으니, 남은 문제는 관련 산업계에서 해결하란 입장이다. 그러나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총력전에서 우리 정부만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책임 방기다. 5G 선점이란 통신사 수준의 싸움이 아닌 통신장비와 단말기 제조사, 반도체 및 IT기업에 각국 정부까지 전방위로 뛰는 총력전이다. 일례로 비단 국산장비를 구입하라는 애국심에 호소할 필요 없이 외국장비의 백도어 문제 등은 정부가 개입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대문독립공원에는 1897년 완공된 독립문이 세워져 있다. 이 독립문은 과거 중국 사신을 환영하기 위해 세웠던 영은문을 사대주의 격파를 위해 서재필 박사를 비롯한 독립협회의 제안으로 헐고 만들었다.
기술 종속, 경제 종속이 다른 나라에 끼칠 파급력은 문을 격파하는 정신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5G 미래를 지금 우리 기업이 만들어 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거처럼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ICT 강국으로 일어선 한국이 5G 선점국가가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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