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년남아 공천 시도 어렵고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험로'
한국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의 선출안을 박수로 의결했다. 앞으로 김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혁신 방향과 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한국당 내홍을 수습할 수 있는 열쇠다.
정당의 '혁신'은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공천 등 인적 쇄신 작업으로 표면화된다. 하지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아직 2년 가까이 남아 공천을 통한 인적 청산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김 비대위원장이 당무 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교체 등으로 인적 청산 작업을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청산 대상이 되는 원내·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반발로 내홍이 심화할 수 있다. 또 비대위원장이 당무 감사 등을 활용해 인적 청산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느냐는, 권한의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비대위의 권한, 활동 기간 등에 대한 계파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의 권한에 대해 최근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칼을 드리겠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도 인적 청산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 권한대행 등 복당파의 구상과 달리 친박계는 이번 비대위가 차기 전당대회 직전까지 '관리형' 임시 체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비대위원장 등 외부인사가 당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비대위의 활동 기간을 놓고도 계파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의 활동 기간을 놓고도 충돌이 빚어졌다. 김진태 의원 등은 비대위의 활동기간을 3개월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다수 친박계 의원들도 비대위가 다음 전당대회 직전까지 단기간 활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을 임명했지만, 비대위원 인선 문제를 놓고도 계파 간 갈등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현행 당헌상 비대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당장 비대위원 구성을 놓고 친박·복당파 간 계파 안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국당은 다음 주 중 비대위 인선안 추인을 위한 상임전국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비대위 권한, 활동 기간, 인선 문제 등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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