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중심 입법화 요구
과방위서도 찬반 논쟁 팽팽
내달 정기국회에서 보편요금제 찬반 공방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편요금제 입법화를 촉구하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관련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 참여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해당 법안 16일 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쟁점사항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보편요금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저렴한 가격대에 최저 가격대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월 2만원대 요금제에 데이터 1GB, 무료 음성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제시되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는 통신사들이 데이터 요금제를 개편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가 요금제를 쓰기 위해 추가로 돈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미 현재 통신소비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소비량이 4GB를 넘어서는 만큼. 정부가 제안한 음성과 데이터 제공량이 너무 적다"면서 "음성은 무제한, 데이터는 최소한 2GB 이상을 제공해야 제도 도입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보편요금제 입법을 통해 LTE 뿐만 아니라 곧 도입될 5G부터는 처음 상용화 단계부터 저가요금제를 통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보편요금제 도입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보편요금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상임위 내 찬반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신 사업은 정부가 특혜를 주는 독점독식의 규제산업"이라며 "최소한의 사회적인 책임은 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노웅래 의원실은 "보편요금제가 필요 없다고 국회가 규정한다면 통신사가 어떻게 할 지 알 수 없다"면서 "국회로 공이 넘어온 보편요금제를 통과시키도록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과방위 내 김성태, 윤상직, 변재일 의원은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가격을 통제하는 통신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치열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변재일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통신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윤상직 의원은 보편요금제 법제화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자국가소송(ISD)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보편요금제 때문에 통신사들 수익이 악화돼 주가가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ISD 제소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관은 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4차산업혁명 대응, 5G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통신사 팔을 비트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도 통신사간 자율경쟁에 의해,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보다 더 좋은 조건의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이 출시한 'LTE베이직'과 'T플랜 스몰'은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많다"면서 "이미 알뜰폰 사업자들도 보편요금제 보다 저렴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지나친 요금정책 개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통신비 사전 규제는 사후 규제를 통한 유효경쟁 수준의 회복이 매우 어렵거나, 사후 규제 수단이 없을 경우에만 정당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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