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00명·점포 100개 줄어
'디지털의 역습' 금융권 강타
은행권, 지점 신설 계획 낮춰
올 상반기 국내은행들이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고용 줄은 성장'을 했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은 총 역대 최대 수익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4대 은행에서만 2000명이 넘는 은행원이 직장을 떠났다. 점포수도 100개 가량 줄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영업으로 바뀌면서 인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자동화 혁신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디지털의 역습'이 금융업종에 엄습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직원 수는 총 5만9591명으로 지난해 동기(6만1754명) 대비 2163명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 직원 수는 2016 상반기 6만5832명, 2017년 상반기 6만1754명, 2018년 상반기 5만9591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짐을 싼 직원들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은행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조3533억원, 신한은행은 1조2718억원, 우리은행은 1조2369억원, KEB하나은행은 1조1933억원 등의 실적을 올렸다. 4대 은행 당기 순이익만 총 5조553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10~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직원뿐 아니라 영업점 감소도 뚜렷하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3572개로 전년동기(3672개) 대비 100개, 2016년 상반기(3841개) 대비 269개 줄어들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의 지점 감소가 눈에 띈다.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서울 지점은 1480개로 전년동기(1535개)보다 55개 감소했다.
이어 경기도 16개, 전라도 8개, 충청도 3개, 경상도 3개, 강원도 1개 순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지점 수가 2개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은 어디서든 은행을 발견할 수 있듯 은행 지점이 가장 많이 붙어있는 곳"이라며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고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 한 곳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업구역이 넓어져 인근에 위치한 또다른 지점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들자 시중은행들은 향후 1년 내 지점의 신설이나 확충 계획도 낮춰잡았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지점 신설계획을 22개로 잡았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15개 수준으로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2016년 5~21개 수준에서 지난해 10~15개, 올해 7~12개 수준으로 지점 신설 목표를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6개의 지점 신설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지난해에는 2개, 올해는 3개 정도만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6년 4개, 2017년 6개으로 해마다 신규 지점 개설 계획을 공시했지만, 올해는 계획없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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