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北 김정은과 南 재벌총수들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北 김정은과 南 재벌총수들

[ ] | 2018-09-30 18:09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北 김정은과 南 재벌총수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오는 5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해외 유명 도박업체들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 1위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2위로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고조됐던 한반도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3차례에 걸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공존과 평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정치와 외교를 넘어 경제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한의 경제인들을 동행해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열었다. 청와대에서는 자체판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동행했다고 밝혔지만 황호영 북한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은 "우리가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해 북측 요청설에 힘을 실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평양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고위급 간부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왜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을 초청했을까? 박지원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 경제인들에게 잘 한 것은 북측 인민들에게 주는 희망이다. '인민들이여, 보아라 남조선 4대 그룹 총수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느냐'라는 선전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국제무대로 인도하는 것은 정치와 외교의 몫이지만 북한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로 민간 기업들이다. 다행히도 삼성과 SK, LG, 현대자동차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북한이 이들 기업의 협조를 받는다면 전기와 통신, 도로, 철도 등 기간시설을 재건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이들 국내 기업회장들을 초청하면서 또 다른 선전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단지 '백두혈통'이라는 이유로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서 이들 남한 기업총수들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쩌면 북한 주민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너희가 부러워하는 남한의 경제는 이들 3세, 4세 경영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삼성과 SK, LG 등의 재벌총수 방북은 북한의 세습정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3세 지도자 김 위원장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켰고,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수많은 테러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 역시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을 지시하고 이복형 김정남 피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수많은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대화의 파트너로 삼았다. 남·북한이 더 이상 전쟁의 위험아래 놓여서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내 3세, 4세 기업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불행히도 이들 3세, 4세 기업인들을 적폐로,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이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세, 4세 경영인과 만나는 것을 자제해왔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7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과 이번 평양 방북길 등 딱 2번만 만났다. 지난 8월 청와대는 이 부회장을 만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달에도 실물경제지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고용시장이 좁아지면서 취업자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는 반면 가계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의 김 위원장을 만난 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3세, 4세 경영인들을 적극 만나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불법과 비리행위에 눈 감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불법과 비리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인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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