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10년 늘리기] 촌뜨기 의사 밴딩과 인슐린

[ ] | 2018-10-04 18:01
이현석 고려대의대 좋은의사연구소 연구교수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10년 늘리기] 촌뜨기 의사 밴딩과 인슐린

이현석 고려대의대 좋은의사연구소 연구교수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1891년 캐나다 시골의 가난한 농장에서 태어난 소년이 있었다. 성적은 중간 정도로 간신히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단어는 철자가 틀렸다. 그리고 토론토의대에 진학하였지만, 당시에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개업했지만 개업하고 3주 만에 첫 환자가 내원하였고 첫 달 수입은 고작 4달러에 불과했다. 무료한 시간에 의학저널을 보다가 당뇨와 췌장에 관한 논문을 읽고 이에 매료되었다.


췌장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분해하여 장에서 흡수하게 해주는 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분비하는데, 췌장에 있는 섬(island)처럼 분리된 세포들에서 인슐린을 만들어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도 같이 한다. 전체 췌장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이 세포를 랑게한스 섬세포라고 하는데 이 세포가 당뇨와 관련 있다는 것이 당시에는 최신 정보였다.
연구할 연구실도 인력도 없던 시골의사인 밴딩은 당뇨의 권위자인 맥클라우드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맥클라우드는 특별한 자격이나 경력이 없는 그의 제안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끈질긴 설득 끝에 연구실을 제공받은 밴딩은 개를 대상으로 췌장의 2% 밖에 안 되는 세포에서 인슐린을 추출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양이 너무 적어 환자들이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의 췌장에서 주사가 가능할 정도로 순도 높은 인슐린을 추출해 대량 공급이 가능하게 했다.

1923년 맥클라우드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그는 조수로 같이 고생을 한 베스트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지 않은데 분노하여 수상을 거부하였으나 캐나다 최초의 노벨상은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영광이라는 주위의 설득으로 수상을 하는 대신 상금의 절반을 베스트에게 주면서 그가 공동 수상자의 자격이 충분함을 확실히 하였다.

당뇨병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음식물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필요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병으로,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소아당뇨와 분비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성인형 당뇨로 나뉜다. 다행히 당뇨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인형 당뇨의 경우에는 많은 좋은 약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약을 일정하게 복용하지만 음식이나 운동은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혈당을 유지하기 힘든 면이 있다.


특히 입맛이 없어서 음식 섭취를 줄인 상태에서 약은 계속 복용하게 되면서 저혈당에 빠져 혼수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당뇨환자에게 항상 사탕이나 쵸콜렛을 휴대하도록 권하며,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는 혈당 조절 목표를 젊은 사람보다 조금 높게 해서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를 막도록 하고 있다. 다행히 10여년 전부터 혈당이 높을 때만 작용하는 약이 개발되어 과거보다는 저혈당의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성인형 당뇨라고 하더라도 약으로 충분히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목적 외에도 외부에서 인슐린이 공급됨으로써 췌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췌장 기능이 회복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슐린을 권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사에 대한 매우 강력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즘 제품들은 펜 형태로 미리 조절된 용량을 아주 가는 바늘로 쉽게 주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단 인슐린을 맞기 시작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언제 바늘이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사용하기 편하며 증상도 호전되었다고 하면서 미리 겁을 먹은 것을 후회하곤 한다.

나중에 인슐린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모든 동물의 인슐린의 구조가 거의 같으며 소의 경우 사람과 아미노산이 단지 3개만 다른 것이 밝혀졌다. 또한 1982년부터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과 같은 구조를 가지면서 작용시간만 다르게 조절한 인슐린이 개발되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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