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폼페이오 방북 결과 혹평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4차 방북에서 풍계리 핵사찰 합의 등 큰 진전을 봤다"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내 전문가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미국이 놀아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북한은 아직 핵 프로그램·핵 물질·시설에 대해 정확히 신고하지 않았고, 이에 관한 정보 없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확신할 수 없다는게 대체적 진단이다.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풍계리 약속의 진짜 의미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수개월 동안 시간을 끌기 위해 한가지 겉치레를 양보하면서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는 기술에 통달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해체를 약속했던 풍계리를 6개월간 계속 이야기하면서 아주 성공적으로 똑같은 말을 두번 팔았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9일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회견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모호한 언급 외엔 북한의 확고한 언급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스티븐 비건 특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북한이 무엇을 할 지 진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NBC방송에 출연해 "비핵화에 조금의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수백 가지 질문들은답변을 받지 못한 채 남아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북한과 합의를 원하는 나머지 북한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평화를 선언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폼페이오 장관은 오직 파티 계획 목적으로만 평양까지 그 먼 길을 갔느냐"며 "어떤 합의를 만들 수 있을지 명확히 알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사찰단 구성·일정 등 세부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보유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사찰단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또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와 핵물질을 사찰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거론된다.
한국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참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닌 데다,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북미 간 협상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찰단의 규모와 사찰 기간은 검증의 수준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9일 북·중·러 3국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이 참석해 3자 외무차관급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정에서의 3국간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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