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뭉치는데… 韓도 못 믿는 트럼프

[ 박미영 기자 mypark@ ] | 2018-10-11 18:02
'5·24 조치' 발언에 불만 드러내
美 대북 제재 균열 등 부담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발언은 우리 정부의 한미 동맹 이탈 조짐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우선한 나머지 미국의 핵심 협상 카드인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낼 우려가 있는데다, 북한·중국·러시아가 동맹을 강화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우리 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독자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한국의 제안은 자신이 허락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두 번 연속해서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이전 수준을 넘어선 초강력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국가 대 국가 간의 외교 관례상 '협의'라는 단어를 쓰는 게 정상적이다. 미국은 이전까지는 대북 제재 공조 이탈 우려가 제기될 때에도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함께 가야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보여왔다.

북중러 3국의 연합전선 편성 움직임도 대북 협상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 요소다.

북중러 3국은 외무차관급 회담을 갖고 지난 10일 공동언론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대북 제재 완화 공조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 △러시아 포함 6자 회담 필요성 등이 담겼다. 향후 북중러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면서 반미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에서마저 제재 완화 움직임이 읽히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여과 없이 표출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AP통신의 보도대로 자신이 허락할 때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 장관의 발언은 일종의 반기를 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도 대북제재를 하고 싶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뭔가 대단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발언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한국 내서 벌어진 '5·24 조치 해제 논란'은 향후 미북 협상에서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5·24조치 해제 검토가 대북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키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에 공식 경고장을 날림에 따라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추진키로 했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평양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간 후속 실무회담도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이 역시 북미간 비핵화 협상 추이를 보면서 미국과 조율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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