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융합] 기적처럼 백혈병 치료… ‘꿈의 항암’NK 세포치료제 뜬다

[ 이준기 기자 bongchu@ ] | 2018-10-11 18:02
"면역세표 이용한 맞춤형 세포치료제"
항암치료 효과 4배 임상시험 입증
암 살상력 높인 차세대 치료제 각광
건강세포 활용 대량생산 가능 장점도


[바이오융합] 기적처럼 백혈병 치료… ‘꿈의 항암’NK 세포치료제 뜬다

CiM융합연구단 연구자들이 조혈줄기세포에서 NK세포를 분화·증식시켜 활성화해 난치성 암의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ST 제공


혁신성장 바이오융합이 이끈다

(8) 차세대 암치료제 NK세포

#. 과학기술 분야에서 촉망받은 A씨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유수의 대학에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장차 세계적인 과학자를 꿈꾸며 남들보다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백혈병으로 알려진 '혈액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절망할 여유도 없이 미국 현지에서 항암 치료를 꾸준히 받아 완치된 듯 싶었지만, 다시 재발했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마침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NK세포 치료제를 이용한 연구임상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에 들어와 임상에 참여했다. 두 번에 걸친 NK세포치료를 통해 1년 만에 회복할 수 있었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공부를 마치고 지금은 미국 대학 교수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암 환자가 단골로 등장하는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 얘기다. 기적처럼 백혈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과 희망을 되찾은 A씨에게 'NK(자연살해) 세포치료'는 제2의 삶을 선사해 줬다. 이같은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CiM융합연구단이 NK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백혈병 항암 치료제 덕분이었다. 최인표 CiM융합연구단장은 "A씨처럼 백혈병과 같은 난치성 암의 경우 치료 이후 생존율이 낮고,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이 같은 일이 생기면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NK세포 치료법은 사람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세포치료제로, 다른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NK세포 분화·활성 규명 등 원천기술 확보=NK세포는 면역체계의 최전방을 방어하는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백혈구의 림프구 속에 존재한다. 자체 감지 기능을 통해 각종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특성을 지녀 이른바 '자살특공대'로 불린다.

암과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난치성 질병과 다른 면역세포의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NK세포를 통해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려면 NK세포를 분화·증식시켜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최 단장은 조혈줄기세포에서 NK세포를 분화·증식시키는 메커니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이후, 이를 백혈병, 폐암, 간암 등 난치성 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2015년부터 3년 동안 맞춤형 융복합 NK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CiM융합연구단'을 이끌면서 기존의 항암제, 항체, 나노기술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NK세포를 항암치료에 활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과 내성 등을 보이는 기존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법과 달리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백혈병·간암 타깃...NK세포치료제 5년 후 출시= 정상인의 경우 백혈구 속에 NK세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하지만, 암 환자에 투여하려면 NK세포가 적어도 암 환자 혈액의 면역세포 중 10% 가량의 양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자의 혈액에서 NK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단은 혈액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조혈줄기세포에 주목했다. 공여자의 조혈줄기세포에서 NK세포를 분화시켜 이를 활성화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NK세포의 원활한 분화와 증식을 위해 환자의 조혈줄기세포 보다 환자 가족의 것을 이용해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다른 연구그룹에 비해 NK세포 투여량이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 가량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확립했다.


치료 효능도 입증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말기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자 임상에서 NK세포를 투여받지 않은 환자의 경우 생존율이 10% 수준에 그쳤으나, 투여받은 환자는 40%까지 높아졌다. 말기 환자나 재발된 환자를 위한 치료법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결과다. NK세포 투여 횟수를 늘리거나, 다른 항암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는 더 좋아질 것으로 연구단 측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77명의 말기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자 임상 2b 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업용 임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식약처와 협의하고 있다. 연구단은 내년부터 후속과제를 통해 임상을 계속 진행할 경우 5년 이후에는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NK세포를 다른 항암제와 병행 투여하는 항암치료기술도 상업임상 1상 승인을 얻어 연구하고 있으며, 간암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자임상을 위한 식약처의 승인을 받는 등 백혈병과 폐암, 간암 등을 타깃으로 NK세포치료제 출시가 멀지 않아 보인다.

◇유전자와 융합한 '차세대 NK세포치료제' 확립= 연구단은 항체 유전자를 NK세포와 융합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NK세포' 치료제 관련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CAR-NK세포는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NK세포에 암세포가 결합하도록 조작된 CAR 단백질을 발현시켜 NK세포의 암 살상력을 높인 차세대 세포 치료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은 'CAR-T 치료제'에 비해 항암 효과가 월등하고, 한번 주입하면 체내에 2주 이상 머물며 암을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 비용을 20∼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특히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배양해 사용하는 반면 CAR-NK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면역세포를 활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단은 CAR-NK 치료제에 대한 독성과 안전성 검증을 비임상 수준에서 마쳤으며, 내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폐암뿐 아니라, 간암, 유방암 등 기존에 개발된 항체기술과 접목해 다양한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구단은 조혈줄기세포의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젊은 조혈줄기세포로 회춘시키는 기술을 개발, 건강한 조혈줄기세포를 만들어 각종 면역질환 치료나 암 치료,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 이 연구성과는 지난해 국가 R&D 우수성과 100선과 출연연 우수성과 10선에 각각 선정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장내 면역세포의 분화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마이크로 RNA'를 발견해 장내 질환 및 항상성 유지를 위한 면역치료제 개발과 항암제 투여에 따른 소화 점막세포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연구단은 지난 3년 동안 국내외 특허출원 30건, SCI급 논문 33건 게재, 기술이전 1건 등의 성과를 거뒀으며 기술가치 평가액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공동기획 :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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