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가짜뉴스 규제와 사상의 자유시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502102269660001[1].jpg?var=0804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가짜뉴스 규제와 사상의 자유시장")
최근 정부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제도적 대응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단속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터는 온라인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단계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범부처 종합대책에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할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명백하게 허위이면서 조작된 정보, 사실의 조작과 왜곡하는 뉴스는 반드시 퇴치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부가 가짜뉴스 퇴출을 위해 나서거나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 왜냐하면 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가짜뉴스를 근절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실효성의 문제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법률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언론의 활동을 크게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명품가방처럼 누군가 이익을 얻기 위해 명백하게 조작한 상품들은 구별이 가능하다. 가짜 휘발유의 경우에도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금방 검증이 될 것이다. 가짜학술지 역시 발행절차를 살펴보면 쉽게 가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진짜뉴스로부터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엄격한 진위 감별을 한다고 하더라도 진짜뉴스를 가짜뉴스로 분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방안은 결국 언로를 막는 통로로 이용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뉴스를 모두 가짜뉴스로 몰아세운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였던 지난해 1월 CNN 방송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보도하자, CNN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오하이오주 레바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집회에서 뉴욕타임스와 CNN 등의 기자들을 가르키며 "국민들의 적", "가짜뉴스 생산자"로 부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CNN의 보도가 트럼프에게는 가짜뉴스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실이다.
한 때 가짜뉴스였으나 나중에 진실로 밝혀진 경우도 많다. 지난 1980년 5월 공수부대가 광주시민을 향해 총격과 유혈진압작전을 펼쳤다는 진실은 당시 유언비어로 규정되었다. 언론도 침묵하였다. 국민들은 대신 북한의 사주를 받은 일부 광주시민이 전남도청을 점거했다는 뉴스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유언비어가 진실이고, 뉴스가 가짜였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서 밝혀졌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 2008년 4월 MBC방송의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해서 설명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광우병 공포에 가졌으며 광화문에서 연일 촛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를 단속하고,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1년 일부 허위사실이 있었지만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명예훼손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판결은 설사 내용상에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공익성을 무시한 채 가짜뉴스로 규제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을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부른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과 개인의 신념에 호소하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례 없이 많은 가짜뉴스들이 만들어져,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는 자신의 선입견을 일치하는 정보만을 골라 읽고자 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자극하게 된다. 이는 사람들의 편견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 실제로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서는 지난 2016년 미 대선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짜뉴스의 소비가 횡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60세 이상 노인과 저학력자일수록 가짜뉴스 사이트 방문이 더 잦았다.
가짜뉴스가 60~70대 노인들을 중심으로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일수록 현 정부를 비난하는 가짜뉴스를 더 많이 소비할 것이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한 통제는 정부가 아니라 '사상의 자유 시장'(free marketplace of ideas)에 맡겨야 한다. 비록 일시적으로 가짜 뉴스가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그 허위성과 오류가 바로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불신을 타고 번진다. 그렇기에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보다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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