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약제도는 지난해에만 관련 규정이 7번 바뀌었고 올해는 4번이나 수정됐다. 여기에 9·13 후속 조치로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추첨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청약 제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청약 부적격 건수는 3만1295건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청약 부적격 건수가 2만1804건에 달했는데 1순위 청약 당첨자 23만1404명의 9% 수준이었다. 대부분이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에서 예비 청약자가 스스로 신청을 하다가 청약자격이나 가점 항목을 잘못 입력해 당첨이 취소되는 경우였다. 단순 실수지만 책임은 청약자 스스로가 지어야 한다. 당첨이 취소될 뿐만 아니라 최대 1년간 재청약이 금지된다. 정부가 청약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모든 책임을 국민에 떠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 청약제도는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와 달리 혜택이 일부에만 돌아가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8·2 대책에서 강화된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주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100% 가점제로만 공급했는데 나이와 자녀 수에서 불리한 젊은 층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으로 확대 공급된 공공분양주택과 민영주택에서는 금수저 청약자가 나와 논란이 제기됐다. 올해 3월 공급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10억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신혼부부 물량인 119가구에 265명이 몰렸다.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은 금수저라 같은 신혼부부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했다.
부동산업계는 과거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부족했을 때와는 달리 현재 분양 시장은 공급이 어느정도 충족됐고 주택보급률도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 혼란과 편법만 불러일으키는 주택 청약제도를 대통령령으로 상향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됐고 보급률도 높아졌는데 국토부 장관이 임의로 바꾸고 국민들은 언제 바뀐지도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분양 시장의 질서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안정성이 시장을 안정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청약제도의 중요성이나 의미, 역할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령 즉 시행령 수준으로 바꾸거나 법률 형식으로 상향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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