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명 촉구·제재 압박에
불화설 확산 사우디 주가 3.5%↓
사우디 "정치 압력 용인 않을 것"
글로벌 원유 시장에 타격 불가피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전장 대비 3.5% 하락한 7266.59에 거래를 마쳤다. 타다울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7%까지 하락했다가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사우디 주가 급락세는 카슈끄지 실종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타났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한다며 터키의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현재 그는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는 언론인 카슈끄지의 실종 및 피살 의혹과 관련해 배후설에 휩싸인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국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그것(사우디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왕국은 경제적 제재든 정치적 압력이든 우리를 해치려는 시도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행동의 타깃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제유가를 무기로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사우디를 향한 국제 사회의 압박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 외무장관들은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에 '신뢰할만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카슈끄지의 실종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신뢰할만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관련이 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상원 의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의회가 신속하고 강경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대이란 제재를 앞두고 있다.
이에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인 사우디가 국제 유가를 앞세워 미국의 제재에 대응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유가 전문가인 게리 로스 블랙골드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우디 정부의 성명은 극도로 강력하고 아주 드문 것"이라며 "사우디는 역사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려 노력했는데 지금은 세계에 그들의 힘을 상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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