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편안 기업옥죄기
자진신고 면책제도 과대 의존"
대기업 '무뎌진 칼날' 비난도
"재벌 저격수라더니 …", "자본주의 본질을 깨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진보와 보수 양쪽의 맹공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이 기업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등 간부를 업무에 배제한 것과 관련해 야당의 비난이 제기됐다.
정태옥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전속고발권 폐지는 형사고발이 남용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경영에 타격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상속세율이 우리나라처럼 높은 나라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수직 계열화된 기업 간 거래도 일감몰아주기로 처벌하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해지므로 자본주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배임과 횡령 등은 행태 문제지 지배구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기대와 달리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공정위 소관 12개 법률에 대한 10대 대기업 집단의 위반현황을 부면 2013년 247건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3건, 올해는 상반기까지 38건에 불과했고 처리 강도도 무뎌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정위가 리니언시(자진신고 면책제도)제도를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다. 리니언시제도 취지와 달리 불공정거래 기업들이 과징금을 감면받기 위해 공정위 조사가 개시된 이후 자진신고를 하는 등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리니언시제도가 활용된 사건 198건 중 45건만 공정위 조사 이전에 자진신고가 이뤄졌다"며 "특히 공정위 조사가 개시된지 3년이 지난 뒤에 자진신고를 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불공정 담합 색출 10건 중 7건 이상을 리니언시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리니언시가 담합 기업들의 면죄부로 악용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과 시장이 입는다"며 "자진신고가 무분별하게 남발되거나 자진신고 자체를 담합하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철호 부위원장과 유선주 심판관리관 등 공정위 간부의 직무를 정지한 김상조 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 부위원장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취업했을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기소되자 지 부위원장에게 업무 참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유선주 심판관리관도 부하 직원의 '갑질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되는 지위다. 업무에서 배제하려고 했다면 청와대에 직무정치 요청을 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신고가 들어왔다고 심판관리관 직무를 정지한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소된 뒤 중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공정위의 신뢰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유 관리관 직무정지 관련) 다수의 갑질 신고가 있었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국기자 ceg420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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