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보통신방송위 국정감사서
"산하기관 시대변화 적응에 의문
단기 알바채용 일자리 통계 조작"
기관들간 협업 부재 문제도 질책
"전세계가 ICT 기술을 근간으로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 ICT 전문기관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 위탁·수탁사업 수행과 외부용역 발주에 안주해 미래 비전 수립과 기관간 협업, 전문인력 양성에 손 놓고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ICT 전문기관들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국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ICT 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데이터진흥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주무부처라는데 ICT 산하기관들이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해 우리나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은 ICT 기관간 협업 부재를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은 이종부문 간의 초융합을 통해 일어나는데 이종도 아닌 ICT 분야에서 관련기관간 협업이 전무하다"면서 "데이터, AI(인공지능), 보안, 네트워크가 다 연결되는 개념인 만큼 협업시스템 구축과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데이터, AI, 네트워크, 보안, 블록체인 관련 인력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현재의 학교 교육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 인력 확보가 힘든 만큼 ICT 전문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텐센트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필요한 AI 인력이 수백만명인데 활동인력은 30만명에 그치고 그 중에서도 약 10만명은 연구인력이다. 인력부족 상황 속에 글로벌 기업들은 실력 있는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최근 기재부가 공공기관들에 단기 채용을 지시해 도마에 올랐는데, 기재부가 지시했다고 아르바이트생 뽑듯이 하지 말고 보안, AI 등 혁신인력 양성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기관들의 용역 남발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의원은 "전문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일도 용역에 맡기고 있다"면서 "역량을 키워서 내부 인력들이 하면 되는데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질타했다. 외부 용역이 기존 산업계나 학계의 R&D와 제대로 연동돼 이뤄지지 않는 등 품질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정책 성과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컴퓨팅 1차 기본계획을 수립해 올해가 5년차로 마무리된다. 현재 2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추진한다. 박선숙 의원은 "당초 1차 기본계획 목표로 공공기관의 민간클라우드 이용률 40%,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 30%를 세웠는데 현재 각각 22%와 3.3%에 그친다"면서 "미국 대비 클라우드 기술수준은 2015년 79.8%에서 최근 75.1%로 되레 떨어지고, 2016년에는 중국도 우리 기술을 추월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매년 약 200억원을 클라우드에 투입했는데 국내 시장은 67%를 해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데이터주권, 보안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기관 단기 알바 채용이 도마에 올랐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재부가 공공기관 360곳에서 올해중 3만명의 2달 단기 알바를 채용하도록 지시해 일자리 통계를 대놓고 조작하려 한다. 그 중 과기정통부 산하기관도 60곳에 달하는데 연구기관에 연구성과를 재촉하지 않고 단기 알바 자리를 만들도록 압박하는 것은 땅을 칠 일"이라고 질타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고용을 늘려서 미국 시애틀을 먹여 살린 아마존의 2사옥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은 전 지자체가 경쟁을 벌였다"면서 "이런 시대에 철도 역사에서 짐 들어주고 전셋집 찾아주는 알바를 고용하는 게 경제규모 OECD 10위권 국가의 민모습이냐"고 지적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용이 참사수준까지 이른 것은 현실의 기업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정치가들이 일자리를 죽이는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기재부는 과기부 산하기관들에도 9월부터 7번이나 공문을 보냈고, 10월 4일에는 긴급, 초긴급이라는 표시까지 했다"면서 "주무부처가 아닌 부처가 같은 사안으로 7번이나 공문을 보낸 것은 사상초유이면서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질타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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