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집으로 돌아온다. 김 대장의 평소 좌우명은 '집에서 집으로'였다. 김 대장은 자신의 좌우명의 의미를 "등산은 집에 무사히 도착해야 비로소 끝난다"는 뜻이라 밝혔었다.
14좌 무산소 등정, 그의 좌우명을 지키며 일군 기록이다. 하지만 김 대장은 이번엔 그 좌우명을 지키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16일 오후 8시50분(현지시간) 항공편으로 김 대장 등 일행 5명의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오전 5시쯤 도착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산악인으로 꼽히는 엄홍길 대장은 김 대장의 변고 소식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 대장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꿈이기를 바란다.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대장의 변고에 슬퍼하는 것은 산악인들 뿐이 아니다. 전 국민이 그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바로 김 대장의 '불굴의 개척' 정신 때문이다. 그는 히말라야를 비롯한 세계 고봉에 신루트, '코리안루트'를 새겨왔다. 한국인인 김 대장이 개척한 길이라는 의미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은 하는 정신. 어쩌면 오늘 많은 우리가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이들이 김 대장의 변고를 아쉬워하는 지 모른다.
김창호 대장,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임일진(49·다큐멘터리 감독) 및 현지 가이드로 구성된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산 원정대'는 구르자히말 남벽에 새로운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12일 사고를 당했다.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는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격려차 원정대를 방문했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정대는 3500m에 있는 캠프에 머물던 중 돌풍과 눈사태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인 홍성택씨는 최근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해 "비가 내리면서 그 비가 한꺼번에 계곡 쪽으로 몰려들면서, 그게 또 고인 물들이 있으면서 그게 터지면서 (베이스캠프를) 덮친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르자히말 봉우리는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의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70여㎞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포카라는 수도 카트만두의 북서쪽 150㎞에 위치해 있다.
다행히 사고 직후 시신들은 바로 수습됐다. 지난달 28일 구르자히말 봉우리에 오른 이후 보름여만의 일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