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자율주행차 시장이 열리면서 자동차용 전장부품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요 그룹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자동차와 스마트폰·가전, 조선·철강 등 기존 주력사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재계 총수들의 간절함이 담겨있어서다.
우선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 3년 간 180조원 규모의 메머드급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가운데서도 특히 전장부품과 AI, 5G, 바이오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을 지목해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내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대 신성장 사업' 로드맵이 드러난 것이다.
올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기기들을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확장시킨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처음 공개했다. 최근에는 선행기술 개발팀을 확대·재편해 혁신 테스크포스 하만X를 출범하고 연구·개발(R&D) 단지도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기술 업체인 TTTech에 7500만 유로를 투자하는 등 선제 기술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최근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전략 등을 고려했을 때,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조명 업체인 ZKW 인수에 이은 추가 외부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NXP,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헬라 아글라이아 등과 함께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ADAS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맺는 등 기술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SK도 자동차 전장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키우는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용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BMW, 인텔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9에도 참가해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SK는 이 밖에도 차량공유업체 쏘카에 대해 지분투자를 하는 등 미래 차 서비스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도 "ICT 기업보다 더 ICT 다운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자율주행차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고 밝혔고, 현대차 계열 차량 전자제어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윈드리버와 손을 잡았다.
이 밖에도 커넥티드카와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전장부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편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의 비율은 이미 빠르게 느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의 비율은 2010년 30%에서 2020년 50%대로 높아지고, 관련 시장 규모 역시 2015년 2390억 달러(약 273조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347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