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살만 국왕 통화, 갈등 봉합
원유 목적으로 사우디 압박 분석
언론인 피살 의혹 흐지부지될 듯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양국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두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자말 카슈끄지가 심문 중 발생한 문제로 사망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보고서에 이번 작전이 승인 없이 이뤄졌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보고서가 아직 준비 중이기 때문에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사우디는 최근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국제 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사우디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나서서 "그것(사우디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6%(0.44달러) 오른 71.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를 했다고 밝히며 상황은 급변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내가 그에게 묻자 그는 강하게 그것(사우디 정권 배후설)을 부인했다. 그냥 부인한 게 아니라 매우 강하게 부인했다. 어쩌면 그가 진짜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길 원하진 않지만 어쩌면 (범인이) 불한당 살인자들일 수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만 국왕과 면담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사실을 공개하기에 앞서 사우디는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에너지포럼에 참석해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의 충격 흡수자이자 중앙은행 격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사우디 간에 어떤 합의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미국은 중간선거가 실시되는 다음 달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는 대이란 제재를 단행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를 내리기 위해 사우디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그간 원유 증산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미국이 이번 사건을 지렛대 삼아 원유 증산을 관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란은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반가운 모양새다. 사우디가 미국과 불화로 산유량을 조절해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국제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 부통령은 14일 "유가 상승은 미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유가가 벌써 배럴당 80달러가 넘었는데 유가가 이렇게 오르면 우리는 원유를 지금의 절반만 수출해도 이전과 같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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