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
![[기고] 가속화하는 原電 인력 空洞化](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702102269640001[1].jpg?var=2648 "[기고] 가속화하는 原電 인력 空洞化")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 생활수준 향상, 금융 위기 등 복합적인 이유가 이런 현상을 낳았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도 대량 실직의 위기에 내몰리며 고용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험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잠재적인 과학기술 전문 인력도 급감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최근 원자력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발표 이후 원자력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실제 2017년 서울대 후기 박사과정 모집에서 원자력 분야는 5명 정원에 1명만 지원했다. 올해 2학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전무하다. 원자력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16개 대학이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심지어 국내 유일의 원자력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인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전공 과목명에서 '원자력'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은 많다. 국내 원자력 연구계와 산업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원자력 분야 연구기관에서 70~80년대 맹활약을 펼친 원자력 1세대 연구자들은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다. 연구인력 세대교체시기를 고려할 때 학문 후속세대의 감소는 관련 분야의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반세기 선배들이 축적한 원자력 전문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2016년 원자력 산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18.4)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종사자 중 원자력·방사선 분야 전공자는 약 8% 수준이다. 물론 원자력 기술은 기계, 화학, 재료, 건축, 통계 등 다양한 학문이 망라된 거대복합기술의 집약체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전(原電)의 안전 운영을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치로 판단된다. 게다가 국내의 당면 현안인 고리 1호기 등 노후 원전 해체 및 제염 등을 위해서는 약 300여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해당 분야 전문 인력은 이보다는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을 위한 전문 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미래 원자력기술 발전 전략을 수립해 발표했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신규 원자로 개발에서 눈을 돌려 그간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원자력 안전 및 융합 분야를 골자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원전 안전·해체 연구 강화, 원자력 기술 개방·융합 가속화, 연구로·중소형 원자로 수출 지원,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원 확보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인 '원자력안전연구 전문인력양성사업'과 기존의 원자력 인력 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미래 원자력 안전 전문 인력 양성계획을 수립 중이다.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급선무겠지만, 현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슬기로운 대처 방법이다.
원자력 개발 무게 중심이 신규 노형 개발 등 선행(先行) 핵주기 분야에서 가동 원전 안전,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 원전해체 등 후행(後行) 핵주기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미래 필요 인력을 분석해 원자력 분야 인력양성과 수급 방안을 체계적이면서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도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 동력원으로 원자력 입지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