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이재웅 칼럼] 美 의회가 중앙은행 독립 존중하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802102269640001[1].jpg?var=0436 "[이재웅 칼럼] 美 의회가 중앙은행 독립 존중하는 이유")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08넌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듯이 미국의 금융위기는 곧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결된다.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경기호조를 바탕으로 미 연방준비제도(聯準)가 기준금리를 더욱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중국 및 아시아 증시의 투매 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무역전쟁의 격화로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경우 아시아 국가 등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도피가 일어나면서 또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염될 우려도 없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되었다. 그보다 앞서 1998년에도 또 한 차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금융의 역사를 보면 평균 5-7년에 한 번씩 크고 작은 위기를 겪어 왔다. 왜 그 많은 위기가 재발하는가?
최근의 금융불안 및 통화정책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아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경제가 잘 되어야 선거에서 승산이 있으며 차기 대통령의 재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증시 폭락은 그에게 상당한 악재가 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상을 반대해왔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려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고 비난한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중앙은행을 직접 비판하고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공공연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비교적 편안하게 그들의 임무인 통화관리 즉 물가안정과 고용증대에 힘쓰도록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몇 달 동안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만을 계속 쏟아냈고 노골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지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판했다.
연준은 이번 금리 결정에 대통령의 정치적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믿을 수 있는 경제통계를 분석해서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실업율은 장기적인 자연실업율 아래로 낮아졌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대에 접근했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2019년에 1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려서 통화량을 줄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연준의 임무이다. '제롬 포웰' 연준 의장은 정치적 판단을 무시하고, 객관적인 경제통계, 이론 및 실증자료를 분석해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미국 의회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이유는 통화정책을 (선거에서 당선만이 목적인)이기적인 정치권의 변덕으로부터 격리시켜서 물가안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의회는 연준에 물가안정 목표를 주되 연준이 자유롭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간섭은 하지 않는다. 1970년대 말 당시 연준 의장 '폴 보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일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대해 불만을 품고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물가안정을 포기하고 정치권과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를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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