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대량공급 집값불안 촉발
시장선호와 반대된 정책 펼친셈
서울서 경기 이주수요 6.2% 불과
신도시대책 집값안정 역부족 지적
주택산업硏 `주택시장 현황 보고서`
서울에 사는 사람이 분양을 받아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가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3기 신도시 건설 정책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취임한 후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주택 선호도 높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을 대량 공급한 것이 서울 집값을 과열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비구역 해제로 새 아파트 공급 기반이 약해진 가운데 정부가 잇단 규제를 내놓자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면서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8일 주택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17개 시·도, 인구 30만명 이상의 대도시, 청약조정대상지역 등 54개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양극화, 주택 유형별 양극화, 청약률 양극화, 미분양 양극화, 신규 아파트-기존주택거래 양극화, 자가 가구-임차가구 자산 양극화 등을 분석했다. 분석 지표로는 지역별 주택보급률, 지역별·연도별 주택 수 증가율 등을 삼았고 분석방법으로는 지역별 장기평균대비, 전국평균대비 등을 적용했다.
정부가 지난 9·21 대책을 통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미니신도시 건설로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거주 가구가 분양을 받아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는 6.2%에 불과한 반면, 경기도 거주 가구가 경기도에서 분양받아 이주하는 비율은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택지 개발을 하거나 신도시를 건설하면 대부분 경기도 주민이 분양을 받아 이동하지 서울 거주자가 분양을 받아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아파트 공급 물량을 크게 줄인 것도 서울 집값 급등의 도화선이 됐다.
서울은 최근 5년간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345곳이 해제됐다. 이 가운데 서울시 직권해제만 170곳에 달한다. 정비구역 해제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다세대 주택은 크게 늘었지만 새 아파트 공급은 더뎠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만6000가구 공급됐던 다세대 주택 등 서울 비 아파트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4만4000호가 공급되면서 물량이 2.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누적 기준으로 5만4000호가 부족했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하자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만 높아졌다. 서울은 전체 주택의 50%, 단독주택의 90.7%, 아파트 47.9%가 20년 이상 노후화돼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역대급 규제를 쏟아내자 매물 잠김 현상이 가중되면서 집값 과열이 심화됐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은 "최근 서울 집값 과열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세대 주택 등 비 아파트가 급증하는 동시에 새 아파트 공급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면서 "시장 선호와 반대되는 정책을 펼친 셈"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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