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감서 최저임금 부작용 강조
'헬조선' 부모 얼굴에 말 할 수 있나
직설 화법으로 한국의 현실 꿰뚫어
!["의견이 다를 수 있지"… `좌파경제 저격수` 욕먹어도 할 말은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902100569660002[1].jpg?var=4754 "\"의견이 다를 수 있지\"… `좌파경제 저격수` 욕먹어도 할 말은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동욱 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좌파정책 저격수' 이병태 교수는 예리하고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인해 여론의 장에서 늘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두 가지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하나는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 산하기관 국감현장에서 벌어졌던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설전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올린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글이 몰고온 파장이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이 교수를 불러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 교수는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당시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생산성과 물가 인상의 우려를 고려 않고 또 자영업자 등이 충분히 준비할 기간을 주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상황을 고려 않은 '과격한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교수의 말꼬리를 잡고 비판 아닌 비난이 시작됐다. 한 의원은 이 교수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파견법을 모르고 쓴 것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이 교수의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 의원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이 교수의 발언 자세까지 걸고넘어졌다. 의원들은 이 교수 발언의 내용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아니라 태도나 말씨를 트집잡았다.
이 교수는 '과격하다'고 말한 데 대해, 역효과와 부작용을 줄이면서 시장에서 인상에 따른 소득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대폭 올리면 이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씨와 발언 자세를 지적하는 의원에게는 "제 나이가 내일모레면 60입니다. 제가 태도 표정 이런 거 코치받을 나이입니까. 분명히 최저임금의 문제점만 차례대로 얘기했습니다. 최저임금 반대한 적도 없고, 최저임금도 생산성 향상이나 물가 인상이나 또한 그것의 월등히 높은 거를 자영업자가 준비할 기간도 주지 않고 획일적으로 한 것에 대해 문제점을 말씀 드린겁니다. 그게 저와 의견이 다르면, 말씀하신대로 의견이 다른 거지, 의견이 다르다고 왜 모욕감을 느낍니까? 전 의원님들과 의견이 다른 것에 모욕감 안 느낍니다"고 되받아쳤다.
이 교수의 참고인 발언 모습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3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대다수 네트즌들은 이 교수의 당당하고 거침 없는 답변에 박수를 보냈다. 한 네티즌은 "더민주를 지지하지만, 이번은 더민주가 백번 잘못했다... 참고인을 불러놓고 저렇게 공격해도 되나? 참고인의 뜻을 모르나? 의견이 다르면 저렇게 공격해야 하나? 이러니까 욕먹는 거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교수님 존경합니다. 경제를 아는 지식인들이 할 말을 해야 합니다. 교양 있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역사앞에 비겁자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에피소드도 인터넷과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헬조선'이라며 제 나라를 자조하는 젊은이들을 모질게 꾸짖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글은 그가 실제로 겪어온 삶과 그의 세대 및 그 앞 세대, 즉 산업화 세대의 모진 고생과 노력을 무시하고 마치 자신의 처지가 앞 세대의 잘못인 양 비난하는 젊은 층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글이다.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할 때, 이 땅이 살만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욕할 때, 한 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며 시작하는 글은 "중동의 뙤약볕 건설 공사장의 인부로 갔던 당신의 삼촌 세대, 월남전에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 갔던 당신의 할아버지, 삼촌 세대를 생각하며 그런 이야기를 하라, 그들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지 않나?"하는 말로 이어진다.
글은 앞 세대의 피땀을 그렇게 부정하고 폄하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고도 힐난한다. 이 교수는 "사람들은 내가 미국 가서 박사하고 KAIST 교수하고 반기업 정서에 대응하니까 금수저인줄 아는가 보다"며 "나는 부모 모두 무학으로 농부의 아들이고, 그것도 땅 한평 없던 소작농의 아들로 자랐다"며 "나는 대학4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며 다녔고, 때로는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면서 다녔다. 나는 돈 한푼도 없이 결혼했고 집없는 설움을 겪으며 신혼 초에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서울 변두리를 전전하며 살았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또 "당신들이 우습게 아는 대한민국 기업들은 가발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부터 시작해 배워서 지금까지 일군 것"이라며 "제발 응석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고 타일렀다.
이 교수의 글은 한 신문에 게재되며 확산됐고 글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꼰대라고 공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모 대학 교수는 이 교수의 글에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줄 게 없다면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있는 게 예의"라는 도발적인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그 글에 대해 곧바로 직접적인 반격을 안 했는데, 그 이유는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고 또 답을 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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