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비핵화 간 '시각차'
유엔·美·日은 대북제재 고삐
한미 주재국 대사가 이틀째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간 우선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비핵화 방법론에 있어 한미 간 간극이 극명해지는 모양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반복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해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엔·미국·일본은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어 남북-한일 구도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조윤제 주미 대사는 17일(현지시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쌓아가고 있는 대북 지렛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있어 중요한 외교 자산이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속도 차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조 대사는 전날에도 세종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 공동포럼에서도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항상 기계적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한 바 있다. 조 대사의 발언이 나온 직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계되고 한미 목소리가 일치해야 한다"고 말해 주재국 대사들이 공개적으로 상대국에 대한 불만과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미국도 입장 차를 보였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 정상을 만나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날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를 통한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국제사회는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원유를 불법 환적한 선박 3척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이 다녀간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 조치를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지지 요청에 대해 화답하지 않았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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