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고려대의대 좋은의사연구소 연구교수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10년 늘리기] 당뇨가 문제인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810/2018101902102269660001[1].jpg?var=0202 "[이현석의 건강수명 10년 늘리기] 당뇨가 문제인 이유")
외국에서 원유를 수입하면 정유공장에서 가공하여 휘발유, 등유, 벙커C유 등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주유소를 통해 보급되어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고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며 가정에서 난방을 하게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외부에서 음식을 먹으면 간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과 같은 물질로 분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물질들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원유를 수입하여 이용하는 모든 과정이 정상인데 주유소만 폐쇄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선 원유는 정상적으로 수입되고 가공되나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재고가 넘쳐날 것이다. 처음에는 저장 탱크에 최대한 보관하겠지만 용량을 초과하면 강으로 방류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각 공장과 자동차, 가정은 유류 공급이 되지 않아 기계와 자동차, 난방 등의 작동이 중단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는데 인슐린이 작동하지 않으면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이 소비되지 않아 체내에 쌓이는데 그 양이 우리 몸이 저장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소변으로 방출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이 주로 탄수화물이므로 이 중에서 포도당이 가장 문제가 되며 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당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때 소변으로 당이 원활히 배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게 되어 소변량도 같이 증가한다. 그리고 소변량이 증가하니까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소변량 증가, 갈증, 물을 마시는 3가지가 당뇨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높아진 혈당은 균이 침입했을 때 풍부한 영양분이 될 뿐 아니라 체내 세포나 단백질과 결합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10년 정도 장기간 지속되면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혈관이 막히고 신장(콩팥)이 기능을 못하며 안구의 변성이 오는 것이지만 그 밖에 인체의 모든 세포가 손상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반면에 우리 몸의 세포들은 아무리 식사를 잘해도 당을 이용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므로 기아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체중이 감소하고 면역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지금은 좋은 약들이 많이 있어 약을 잘 복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약들이 12시간 혹은 24시간 지속하게 되므로 초기에는 하루에 한 번 약을 복용하지만 당뇨가 진행되었을 때는 아침 저녁으로 두 번 복용하게 된다.
이 때 약의 혈중 농도는 비교적 균일하게 지속되는데 반해 식사가 불규칙하고 또 폭식을 할 경우에는 혈당의 농도가 불규칙하게 상승하게 된다. 특히 단 맛이 강한 설탕과 같은 단순당이 들어간 음식은 1분 정도면 혈당이 매우 높아지므로 약을 복용하여도 조절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은 잡곡과 같이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지방은 1그램에 9칼로리의 고열량이어서 혈당을 쉽게 올리기도 하지만 지방이 분해되어 생긴 지방산이 체내에 많이 쌓이면 신장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당뇨환자들은 지방 섭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인체의 모든 조직이 당을 필요로 하지만 그 중에서도 근육이 가장 많은 당을 소비하므로 운동을 많이 하면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혈당이 다른 조직과 비정상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합병증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혈당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변할 수 있기에 당뇨가 잘 조절되는지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헤모글로빈(혈색소)은 당과 결합하여 당화혈색소라는 물질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당화혈색소는 당이 높아지면 많이 만들어지게 되므로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가 정상이면 최근 3개월간 당이 잘 조절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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