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牛生馬死`를 거꾸로 읽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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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牛生馬死`를 거꾸로 읽는 세태

[ 예진수 기자 jinye@ ] | 2018-10-21 18:00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牛生馬死`를 거꾸로 읽는 세태

예진수 선임기자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종합 평가에서 한국이 지난해(17위)보다 두 단계 상승한 15위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2007년 이후 한국의 순위는 줄곧 하락 혹은 정체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위라는 종합순위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성장동력 확충 분야에서 유독 부진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협력'은 140개 국가 중 124위로 최하위권이고, '혁신적 사고'는 90위, '기업가정신·기업가 문화'는 50위,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은 79위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정부와 국회의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했고, 노동개혁은 후퇴했으며, 먼저 틀을 깨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들의 혁신적 사고와 경제 체질 개선도 부족했다는 성적표다. 며칠 전 만난 건설업체 임원은 "서민의 85%는 아예 경제 지표나 경쟁력 순위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데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고, 오직 생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치킨집을 하다 몇 달 전 접었다는 지인은 "50대 후반이 되도록 종합상사를 거쳐 자영업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이젠 정말 살길이 막막하다"며 "수입이 한 푼 없는데도 3개월째 매달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는 꼬박꼬박 나간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에 입각해 정책을 내놔서는 서민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고용생태계 붕괴 상황에서 탈출구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 낙수효과는 분명히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하자 마중물 격으로 주요 기업들이 직원 임금을 올려주거나 특별 보너스를 주고 있다. 미국에서만 150만명을 고용하는 월마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에 화답해 최근 시간제 근로자 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올렸다.

한국도 민간 부문의 활력 제고가 시급하다. 민간경제 파워로 8년만의 최고성장률인 6.5%를 기록했던 2010년의 한국 경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경제성장률이 0.7%로 하락했던 탓에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팀의 강력한 규제 완화 이후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그 덕에 불연속적으로 바뀌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맷집도 강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2000대 기업의 순이익률이 2000년 -1.6%에서 2010년 5.9%로 급상승했다. 제조업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 부문 일자리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0년 정부 일자리 축소로 공공 행정 부문에서 일자리가 7만2000명이나 감소했지만 생산, 투자와 수출 호조로 공공행정 이외 등 민간 부문에서 취업자 수가 39만5000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실업률이 치솟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라는 고육책을 쓰고 있는 지금 상황과는 정반대였다.

올해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맨파워 뿐이다. 민간부문의 실무자들마저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각종 규제가 첩첩인 데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등 실패 위험이 크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운명을 건 혁신'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큰 홍수가 났을 때 헤엄을 잘 치는 말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다 소용돌이에 휘말려 익사하지만,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떠내려가다 반대편 언덕에 닿는다는 이야기다.

'우생마사'의 원래 뜻은 순리대로 살라는 것이지만, 요즘은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 "너무 나서지 말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직장인은 "차 사고가 나도 술에 취해 의식이 흐릿한 동승자는 살고, 정신을 바짝 차린 사람은 큰 부상을 입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 기술을 내놨다가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도전을 꺼리는 태도가 안타깝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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