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부회장 평소 친분
삼성 반도체 후 성장 동력 절실
현대차도 실적 개선책 시급 속
양사 미래차 협력 '윈윈' 기대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내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인 '전기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맞잡으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고점 논란과 완성차 수출 부진 등 위기 상황에서 '미래차' 공략을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두 그룹의 젊은 총수가 의기투합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차기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과 관련해 삼성SDI와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협력이 성사될 경우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와 메모리반도체 등 세계 주요 IT(정보기술) 산업에서 1위인 삼성과 세계 완성차 브랜드 톱5인 현대차그룹이 힘을 합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재계에 따르면, 1995년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이후 현대차와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실제로 이후 두 그룹 간의 사업협력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친분 등을 고려하면 전기·자율주행차 관련 협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학연 등의 인연은 없지만,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후계자들이었고 두 살 터울의 또래였기 때문에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래 신사업 육성이라는 두 총수의 공통된 과제를 고려하면 협력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제품군 14종을 갖춰 세계 전기차 시장 3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9조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하는 등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중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최근까지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스마트폰 사업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다음 성장동력 조기 육성이 절실하다. 현대차 역시 미국 등 보호무역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간 경쟁 심화로 최근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내림세를 타고 있다.
사업에 있어서도 두 회사의 협력은 서로에게 '윈-윈'이다. 삼성SDI의 경우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톱 4 안에 들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거래실적이 거의 없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쓰고 있는데, 만약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안이 많지 않아 추가 공급업체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직접적인 사업 협력은 없지만 두 그룹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제조업체인 솔리드 파워에 공동으로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전략적인 움직임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자율주행차 공동 연구에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SK텔레콤 등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세계 여러 경쟁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과 현대차 간 미래차 연합전선이 만들어지면 구글과 GM 등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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